강의가 끝나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 밖에 즐비해 있는 그나마 저렴한 식당을 골라 배를 채웠다. 진성을 따돌리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던 것도 잠시,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들 만의 시간을 즐겼다. 재현의 지갑에 있는 돈이 사라지는 만큼 그들의 추억도 차곡차곡 쌓였다. 그날따라 탕수육이 먹고 싶었는지 레아는 중국집에 가자며 귀여운 앙탈을 부렸다.
그들은 길을 지나가다 눈에 걸린 빨간색 간판이 있는 중국집에 들어가기로 했다. 메뉴판을 훑어보고 재현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냥 중국집이 아니라 코스 요리가 있는 중국집이었다. 그래서인지 단품의 가격도 상당했다. 재현은 최대한 당당한 모습으로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다. 그런 사치는 레아를 위해서라면 괜찮았다. 튀김 냄새가 나자 재현의 뱃속이 요동쳤다.
생각 보다 더 푸짐한 탕수육과 매끈함을 자랑하는 면발이 담긴 짜장면이 나왔다.
그들은 마치 사랑을 갈구하듯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을 때 벽에 달린 티브이에서 크리스문의 소식을 알렸다. 뉴스에 따르면 크리스문은 어느새 사업을 더 확장했다고 했다.
그와 제휴를 맺은 유명한 사업장이 연이어 소개 됐다. 크리스문은 다른 대표님과 과한 미소를 지으며 악수하고 있었고 카메라 플래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었다. 뒤이어 크리스문의 자신감 있는 인터뷰가 나왔다. 그의 표정은 겨우 짜장면이나 먹고 있는 그들의 사랑을 깔보듯 웃음 짓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은 교만한 듯 고급스러웠다. 재현과 레아는 약속이나 한 듯 티브이에서 눈을 떼고 아무 말 없이 탕수육을 질겅질겅 씹고 있었다.
“왜 이렇게 질기지?”
“여기 별로다.”
“그만 먹을래?”
“응.”
반 이상이 남긴 접시를 미련 없이 두고 재현과 레아는 가게를 박차고 나왔다. 재현은 레아의 어깨를 더 힘 있게 감싸 안았다. 그것이 그에게 유일한 위로가 되었다.
둘은 암묵적으로 더 이상 크리스문의 키역자도 꺼내지 않았다. 그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는 재현이를 레아는 눈치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