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의 캠퍼스는 예전과 사뭇 달랐다. 재현은 이곳저곳을 살피며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곳곳에 있는 벤치와 건물 뒤로 나 있는 작은 오솔길, 후문으로 나가면 있는 한적한 골목길 모두 키스하기 딱 좋은 장소 같아 보였다. 그는 둘만 있을 수 있는 곳을 마약수색견처럼 정확하고 재빠르게 찾고 있었다.
“우리 학교에 이런 곳도 있었구나.”
진성과 걸어가던 재현이 커플이 앉으면 딱 좋을 만한 큰 나무 옆 벤치를 보고 무심코 말했다.
“있으면 뭐 하냐. 주하도 없는데.”
“저기 가서 앉아 보자.”
“싫어. 징그러워. 너 따위랑? 윽….”
진성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때마침 레아가 경영대 건물 앞에서 그들을 향해 손을 들고 있었다. ‘오 나의 여신.’ 그녀가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걸어오는데 재현은 심장이 튀어나올 것처럼 두근거렸고 귓불은 새빨개졌다. 그는 잠깐 동안의 그녀의 움직임을 한 시간이라도 되는 냥 지켜보며 도취되어 있었다.
“새 학기네! 안녕.”
“어. 어. 안녕.”
레아가 자연스럽게 재현의 팔을 잡자 진성이의 두 눈이 토끼 눈이 되어 손으로 입을 가렸다.
“무… 머… 뭐야 이 스킨십 뭐야? 너네들?”
팔짱을 나란히 낀 그들은 진성의 놀란 표정을 뒤로하고 총총총 강의실로 향했다.
“야!!!!”
캠퍼스가 떠나갈 듯한 진성의 괴성을 듣자 둘은 키득키득 웃더니 레아가 뒤돌아 보며 검지 손가락을 입에 대고 조용히 하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배신감을 느낀 진성은 다리가 풀리듯 주저앉아 버렸다.
“크리스문 반지 받은 거 아니었냐고!”
그들의 데이트는 재현의 바람대로 예쁜 나무 옆에 있는 벤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거나 일부러 후문으로 이어진 한적한 골목길로 나가 달콤한 입맞춤을 했다. 수업을 같이 듣기 위해 강의 스케줄을 맞추고 공부를 하기 위해 같이 도서관에 갔다.
책을 보다 문득 재현은 강의를 듣고 있는 레아의 모습을 감상했고 레아는 책에 열중하고 있는 재현을 보며 미소 지었다. 학교 가장자리에 다람쥐나 다닐 수 있을 만한 작은 오솔길에도 자주 갔다.
오솔길의 폭이 얼마나 좁은 지 재현이 레아의 허리를 감싸 안고 변신 합체가 되어야만 겨우 걸을 수 있었다. 급히 지나가는 학생들의 질투 섞인 표정을 짓밟아 주기라도 하듯 그들은 더 부둥켜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