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

by 봄남

다음날 진성이 주하네 집에 데려다주고 싶다고 재현에게 고마운 귀띔을 해주었기에 자연스럽게 재현이 레아네 집으로 데려다 주기로 했다. 재현은 떨리는 마음을 잠재우려 목을 가다듬고 레아에게 다가갔다. 그가 레아에게 집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자 별안간 레아의 눈빛이 일렁거렸다. 혼자 가겠다고 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녀는 재현에게 선뜻 고맙다고 말했다. 그녀답지 않게 지은 수줍은 미소를 보고 재현은 덩달아 볼을 붉혔다.


눈빛을 사선으로 내리면서 올라간 입꼬리는 당장이라도 재현이 고백하길 기다리겠다는 듯한 신호 같았다. 그는 크리스문 생각을 지우려 애썼다. 지금 함께 있는 이 순간을 집중하였다. 기차역에서 내려 재현은 그녀의 집 앞에까지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히 내디뎠다. 집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은 뛰었고 지금 고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다짐이 굳어졌다.


마침내 그녀의 문 앞에 다다르자 등산이라도 한 것처럼 자신도 모르게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바래다줘서 고마워요. 여행 즐거웠어요.”

“어… 잘… 들어가. 피곤했지.”

“…..”


‘어 이게 아닌데.’ 그는 잠시 진성의 주먹을 빌려 자신의 아구통을 갈기는 상상을 했다. 그녀는 대답 대신 가만히 서 있었다.


‘뭐라고 말을 해 미친놈아.’


오른쪽 관자놀이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떨어졌다. 그녀가 아무 말 없이 재현을 바라보았다. 재현의 심장이 심하게 요동쳤는지 진성의 차에서 흘러나오는 힙합음악의 비트처럼 그 진동의 요란함이 귓가에 까지 타고 올라왔다. 그의 마음속에서 수만 가지 갈등이 오고 갔다.


그 장대하던 용기는 투명 망토라도 썼는지 어디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주저함이 길어지고 있을 찰나 “그럼.” 하고 그녀가 돌아섰다. 그녀가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러니까 그녀가 재현에게 멀어질 때마다 재현의 심장이 빨라졌다. 그는 벌컥 그녀 앞으로 다가가 그녀의 손을 낚아채 그녀의 가냘픈 몸을 다시 되돌려 놓았다. 캉캉치마처럼 샤르르 돌아가는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아찔한 향기가 났다.


“레아야.”


그녀가 재현을 향해 돌아 섰다. 그녀는 울먹이는 눈을 하고 있었다. 눈물을 한가득 담고 있어 별빛에 빛나는 그런 반짝이는 눈을 하고… 재현을 바라보았다.


“나…..”


레아의 눈에서 한 방울 별 빛이 떨어졌다. 재현이 말했다.


“너…. 좋아해.”


그녀는 적지 않게 당황했는지 그가 잡고 있던 손목을 빼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목구멍까지 용기가 샘솟아 오른 재현이가 다급하게 말했다.


“나랑 사귀자.”


재현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는 부정을 의미하듯 대답을 안 하는 것 같았다. 여전히 갈구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그녀의 하얀 손등이 그의 눈앞으로 올라왔다. 그녀의 그림 같은 손가락에는 방금까지 끼고 있었던 크리스문의 반지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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