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몬스테라 화분으로 날아갔다. 그녀라면 나의 마음을 위로해 줄 것 같았다.
“탄.”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조용하지만 강했다. 나는 그제야 울컥했다.
“모두들…. 가지 않겠데. 부엌에 말이야.” 나는 솟아오르는 눈물을 억누르며 겨우 말했다.
“저런…”
“그들의 생각이 맞는 걸까? 부엌에 가면 정말 목숨을 담보로 무모한 짓을 하게 될까?”
“너의 생각은 어떤데?”
“난 당연히!...."
가고 싶다고 말해야 하는데 도무지 말이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었다. 레몬 그까짓 거 안 먹고 말지. 그냥 여기 있는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날파리 주제에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말이야.라고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무시하고.
“부엌에 가서 레몬을 먹을 거야.”
“그럼 가.”
“그래? 잘하는 짓일까?”
“당연하지! 넌 날개가 있잖아.”
“날개야.. 당연히… 우리 모두가 있…”
날개?
몬스테라는 날개가 없네?
“너도…. 어딘가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전혀. 그건 나의 꿈이 아니야. 나는 부엌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레몬은 더 치가 떨리는걸. 난 날개가 없어. 어딘가 가고 싶다는 소망도 없고. 어차피 난 가고 싶어도 못 가잖아?”
“그럼 너의 꿈은 뭐야?”
“난 한 잎, 두 잎, 세 잎을 계속 내어서 천장까지 닿고 싶어.”
“넌 할 수 있겠다! 지금도 하고 있잖아!”
“하하하. 이거 생각보다 쉽진 않아,”
“내가 보기엔 엄청 잘하고 있는데!?”
“하하하. 고마워."
나는 몬스테라를 보며 미소를 짓다가 번뜩 무언가 깨닫느라 두 눈이 더 커져버렸다.
"그래 그거야! 너도 얼마든지 날아갈 수 있어! 넌 날개가 있고 그래서 부엌에 갈 수 있고 네가 원하는 레몬을 먹을 수 있지. 난 레몬 따위 원하지 않거든. 봐바. 레몬을 원하지 않으면 안 먹는 운명. 원하면 먹어야 되는 운명. 네가 레몬을 원한다면 넌 레몬을 먹는 운명인 거야. 그렇지 않아?”
“그…그런 거였어?”
“너의 바람이 너의 운명이네! 그러니 행동으로 옮겨서 그걸 증명해 봐.”
나는 그녀의 말을 듣자 망치로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맞았다. 날개가 없는 그녀는 단 한 번도 부엌에 가고 싶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물론 레몬에 대한 이야기도. 그녀는 좀 더 많은 햇살을 받는 것과 흙속에 사는 미생물에 관심이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에 전심으로 동의한 다는 듯 리본모양을 그리며 씽씽 날았다.
“하하하하하하!!”
힘찬 비행 후 착지하고 숨을 몰아 쉬었다. 이렇게 완벽한 해답은 없어 보였다. 친구 세 명쯤 잃은 건 아무 상관도 없는 것처럼.
“헉… 헉… 나. 혼자라도 갈 거야. 부엌에… 헉… 갈 거야!”
“잠깐.”
“응?”
“중요한 게 하나 빠졌어.”
“뭐야?”
“포기 금지.”
“당연하지! 그건 어렵지 않겠는데?”
확신에 차서 있는 나에겐 포기란 단어는 나에게 모욕감마저 들게 했다. 당장 그 단어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글쎄, 포기 금지라는 건, 꿈을 꾸게 되면 필수적으로 엄청난 좌절이 닥친다는 의미이거든. 그래서 분노도 아니고 좌절도 아닌 포기 금지야. 방금도 넌 부엌에 가는 게 맞나 스스로 반문했잖아.”
“어… 그렇지.”
그것이 내가 키워야 할 실력 중에 하나다!
나의 시끄러운 환희가 사그라들자 난 그녀의 줄기 옆에서 꿈에 부푼 마음을 안고 잠시 잠을 청했다. 어두워진 주변은 줄기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만큼 고요해졌다. 눈을 뜨면 주저 없이 갈 것이다. 더 이상의 지체도, 불신도, 주저함도 없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