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뒤집어지면

이상한 인사

by 봄남

다희는 스타트업 회사에 아트 디렉터로 입사했다. 개발자들이 많이 모여 있고 개념이 어려워 누가 무슨 일을 하는 회사냐고 물어보면 이렇다 할 정의를 깔끔하게 내려 주지 못해 늘 애를 먹었다. 회사가 다루는 일은 도전적이고 모험적인 분위기여서 일을 이해하려면 빠른 머리 회전과 감각이 필요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젊은 30대로 구성되어 있고 기존의 나쁜 기업 문화는 없었다.


어느 덫 점심시간이 되었다. 옆 자리에 앉은 같은 일을 하는 민희와 점심을 함께 했다. 엄청난 이슈 몰이를 하며 크고 있는 회사지만 회사 내에는 식당이 없었다. 그들에게 주변에 맛집을 찾아다니는 재미도 있었다.


“다희 씨 남자 친구 있어?”

“저요? 네 대학 때부터 사귀던 친구 있어요.”

“우와! 오래됐구나 어떻게 사귄 거야?”


다희는 남자친구와 대학교 때부터 사귀었다. 그는 관심 없는 척하면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스타일이었다. 키도 크고 미남인 데다 인기도 많았다. 그런 그가 누구랑 사귈지가 캠퍼스 내에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가 다희와 사귀자 그녀는 많은 여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그녀들의 대화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그들이 회사로 돌아가고 있는데 뒤에서 다급하게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누군가 다희의 어깨를 쳤다.


“저기요!”

“네?.... 선… 배 님?”

“다희씨네요, 다희 씨!” 진혁이었다. 그는 숨이 차는지 말을 잇지 못했다. 어디서부터 뛰어온 것일까.


“맞네요. 저기서 햄버거 먹고 있다가 으…. 다희 씨 같은 분이 걸어가길래.. ”그가 숨을 최대한 고르며 말했다.

"...."

"인사한 거예요."


한 여름도 아닌데 땀을 비수같이 흘렸다. 그녀는 가방 속에 있는 물 통을 꺼내 그에게 전했다. 그는 물통을 받아 들고 순식간에 한 통을 다 비웠다. 다희와 민희는 물이 그의 목구멍으로 들어가는 관경을 말없이 지켜보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나서야 서로의 얼굴이 놀라고 있었음을 알았다.


그는 다리가 풀렸는지 주저앉았다. 그녀와 민희가 서둘러 양팔을 붙잡고 부축하는 시늉을 했다. 그는 벌게진 얼굴로 그들에게 가던 길 가셔도 좋다는 뜻으로 손을 휘저었다.


“뭐야 저분?” 그들이 진혁을 뒤로 하고 걷기 시작했을 때 민희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러게요. 아침에도 인사했는데?” 다희도 당황했다. 기분이 묘했다.




30분 전


풉!


진혁은 콜라를 내뿜었다.

“더럽게 뭐야..” 옆에 앉아 있던 동료 재원이 볼멘소리를 했다.


다희가 걸어가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어어,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이 나서 나 먼저 갈게!”


먹던 햄버거를 버리다시피 하고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전속력을 다해 달렸다. 그녀를 향해 달리는 중 어린아이가 타고 있던 유모차와 부딪힐 뻔하고 몇몇의 사람들을 치고 지나가는 비매너를 선보였다. 중간중간 그녀의 머리가 보이지 않을 땐 본능적으로 되지도 않는 점프를 하기도 했다.


마침내 그녀의 어깨를 치고 나서 깨달았다. ‘아니 왜.. 아는 척을 했지….?’


"선... 배 님?"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그녀의 놀란 눈과 마주치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햇살 때문인지 그녀 때문인지 눈이 부셔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는데 먹고 있던 햄버거가 그의 명치를 눌렀다. 그렇게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그렇게 이상한 인사를 하고 온 세상을 정복한 것 마냥 신이 남과 동시에 절망이 들었다. 대책 없이, 그리고 정성껏 달려온 스스로가 놀라웠다.


그는 돌연 몰려오는 창피함에 그들을 먼저 보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녀가 준 물 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서투른 모습에 화가 나 그녀가 준 물 병을 비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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