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종결

by 봄남

다희가 회사에 들어온 뒤부터 진혁 씨는 삶의 생동감을 느꼈다. 주혁은 재원을 보며,


“다희 씨, 이것 좀 발행해 줘요.”라고 말했다.


“나 다희 씨 아닌데요”


재원 씨가 능글맞은 표정과 목소리로 말했다. 재원은 그가 다희에게 주저하고 있는 모습이 답답하기만 했다. 마치 연애 고수라도 되는 것처럼 그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주혁은 틈만 나면 다희를 보았다. 그의 눈길은 자석처럼 그녀의 동태를 살폈다. 남자 친구가 있으면 단념해야 하지만 생각은 온통 그녀로 뒤덮여 있었다. 밤만 되면 고귀하지도 않은 그의 도덕성을 탓했다가 다음날 그녀와 마주치면 ‘역시 결혼해야 해’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렇다고 그녀에게 돌진하는 것도 아니었다. 괜히 옆에 서서 소일거리를 도와준다거나 아무 목적 없이 주변을 서성거리는 것이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멋지게 고백하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몰랐다. 아니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고 그저 용기가 없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때 불현듯 다희가 다가왔다.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거 발행하려면 진혁 씨한테 부탁하는 거 맞죠?”

“네! 네.. 주세요.”


진혁이 아니라 재원에게 부탁해야 할 일이지만 재원의 일을 기꺼이 도맡아 해 보기로 한다. 재원 씨의 일도 덜어 주고 다희의 부탁도 들어주는 1석 2조의 순간.



그녀가 뒤돌아 서자 그렇게 끝나 버린 대화가 아쉬웠는지 주혁은 다급하게 머리를 긁어댔다.


“저… 저기!”

“네.”


또 시작일까. 할 말이 없는데 이름을 그냥 또 부르고 말았다. 그런데 마법에 걸린 사람처럼 불쑥 내뱉었다.


“남자 친구 있어요?”

“…. 네?”



뭐라도 이어나갈 말을 해야 하지만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색한 기류가 잠시 흐른다. 어떤 표정이었는지 어떤 포즈였는지 목소리는 어땠는지 그러니까 본인이 좀 멋있었는지 가늠할 새도 없이 그렇게 휙 지나가버린 순간이었다.


“…네.”


그녀는 고개로 살짝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간다. 아니 그런 질문 말고 오늘 밤 시간 어떠냐 뭐 그런 것이 어땠을까. 남자 친구 있는 건 알고 있었다고. 그는 울고 싶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그녀를 불렀다.


“다희 씨! 오늘 저녁 식사… 같이…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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