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 코르뷔지에

by 봄남

검색창에 '아이폰'을 치고 웹 서핑을 하다가 예쁜 가구를 발견했다고 하면 터무니없는 소리 같지만

개연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니다.


Screen Shot 2022-03-21 at 11.25.44 PM.png

<LC3에 앉아 프레젠테이션 하는 스티브 잡스>



'아이폰- 아이 패드- 애플- 스티브 잡스-그의 의자'로 이어진 길다면 긴 여정의 웹서핑의 끝은

르 코르뷔지에 디자인의 LC3 의자였다. 스티브 잡스의 최애 의자로 유명하다.


나는 그의 선택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가 선택한 의자니까 굉장한 안락함이라도 있을 것 같은 호감이 생겨난 것이다.


투박한 모양의 의자는 아무런 꾸밈이 없다.

등받이가 낮아 편할 것 같진 않지만 폭신 한 쿠션감은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앉아 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졌다. 인체 기능적으로 좋은 의자일 것 같진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건축에서 제안한 필로티의 모티브를 따온 것이라고 했다.


전혀 과시가 느껴지지 않는 의자!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저 의자를 보고 ‘예쁘다,’ 혹은 ‘멋지다’라고 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과시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체적이지 못한 사람들 중에는 스티브 잡스 외에도 윤여정, 김나영 등의 연예인들이 소유했다고 하니

버릇처럼 성급하게 찬양하기도 하니까.


어떤 사람들은 다섯 개의 사각형으로 이루어진 의자에 강력함을 느끼거나 차분한 매력을 느낄 수도 있겠다.

물론 나도 한 번에 보고 그 의자의 심오함에 반했다고 말할 수 없다.

스티브 잡스가 앉았기 때문에 매력을 느꼈다는 것이 맞을 것 같다.

그런데 만약 내가 이 의자를 집에 들인다면 ‘예뻐서’가 아니라

르 코르뷔지에가 추구한 질서를 존경하는 의미가 더 클 것이다.


그는 가구 디자인에 앞서 혁신적인 건축가였는데

집에 붙어 있는 군더더기를 제거하고 기능적인 구조만 남긴 건축물을 만든 것으로 유명하다.


Screen Shot 2022-03-21 at 11.18.24 PM.png

<빌라 사부아, 푸아시, 1931년>


외벽은 누구를 찬양할 듯한 인물의 조각이나 곡선 형태의 문양을 제거하고 빈 도화지처럼 하얗게 만들었다.

와인잔의 다리처럼 가느다란 기둥이 집 전체를 위태롭게 받들고 있는 모양새 때문에 (지금의 나는 익숙하지만) 그때 당시만 해도 선입견이 강한 누군가의 비웃음을 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또한 머리를 흔들며 지나가고 서슴없이 무례한 말을 하거나,

집처럼 생기지도 않은 건물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이 있었을지도.


하지만 다행히 당시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것의 세련됨을 캐치해냈다. 마침 20세기에 많은 생활 영역에서 혁신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헨리 포드가 제시한 빨라진 생활 패턴, 코코샤넬의 짧고 간단해진 의상 등과 발맞추어 르 코르뷔지에의 과감히 생략된 디자인 집은 모두의 선망의 대상이 되었다.

1927년에는 메르세데스-벤츠 광고에도 그의 건물이 등장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Screen Shot 2022-03-21 at 10.38.02 PM.png

<1927년 메르세데스-벤츠 광고>



그러고 보니 수평으로 늘어놓은 창문의 모양과 평평한 지붕, 그리고 필로티.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집의 모양이 아닌가! 그의 정신이 오늘날까지 이어올 수 있는 것으로 그의 위대함을 가늠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그는 어떤 면에서 스티브 잡스와 많이 닮았다.


문제의 핵심은 명확하다. 복잡함에 주저하지 말고 '단순함'에 도달할 것 어느덧 잃어버린 내 인생의 '꿈'을 다시 쫓을 것. 젊은 상태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더 젊어져 갈 것.

-르 코르뷔지에
keyword
작가의 이전글공간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