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인형 놀이

주말에도 일하는 남편

by 봄남

주말이다. 해안이와 태오는 아빠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다가 아빠 등으로 뛰어오르는 등 아빠를 놀이터 삼아 놀았다. 아빠 허리가 버텨줄까 걱정하는 마음에


“해안아 태오야 하지 마 아빠 아파.”

하지만 혼자만의 외침 일뿐 그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나보다 더 포용적인 남편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는 것을 웬만하면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나보다 아빠에게 더 어리광을 부리는 편이다.




그날은 티니핑 피규어들을 실바니안 이층 집에 늘어놓고 인형 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빠!!!”

“왜?”

“이리 와봐!”


‘어디서 오라 가라야…’라는 말이 속마음과 달리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했지만 귀찮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딸이 부르니까 무거운 발걸음을 떼어 본다. 해안이는 해맑게 티니핑 피규어 중에 한 개를 주며 인형 놀이를 하자고 했다. 어렸을 때 장난감이 많이 없었던 남편은 이런 놀이 제안을 당황스러워했다. 이건 또 무슨 놀이인가 싶어 거부감을 드러내듯 아주 천천히 바닥에 앉았다. 본인 손가락 두 마디 정도 되는 피규어를 위태롭게 들고 총총총 걷는 모습을 연출했다가 이층으로 가기 위해 말도 안 되는 점프를 하기도 했다. 그럴 땐 입으로 효과음도 내줬다. 티니핑 이야기를 알리 없는 아빠에게 해안이는 모든 대사를 알려줬다.


“아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러핑? 해야지” 해안이가 말했다.

“아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시러핑?” 남편은 하이톤의 목소리를 냈다.

“흐응 나도 모르겠어... 그리고 그들은 일층으로 내려갔대”

라고 이야기 해주자 남편의 피규어도 총총총 따라 내려간다.


정말 재미없다고 생각하자 저절로 한 숨이 나왔다.

“하아아…” 사오정 같은 목소리가 나왔다. 십여 분이 채 안돼서 하품이 절로 나왔다. 순진한 해안이는 아빠의 지루함을 눈치 채지 못했다. 장난감이 너무 작아 눈이 침침해질 정도였다.


“해안아 우리 다른 놀이 하면 안 돼?”

“아빠 어떤 거 놀고 싶어?”

너와 딱히 하고 싶은 놀이가 있겠냐마는 이 작은 여자 아이, 일곱 살 아이랑 경제 사회 사람 이야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음… 책 읽어 줄까?”

“그래!”


살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역할 놀이는 끔찍했다. 그런데 해안이가 책을 가지러 가서 좀처럼 오질 않았다. 그녀가 책을 고르는 시간이 길면 길어질수록 남편에겐 쉬는 시간이 주어지니 일부러 재촉하진 않았다. 바닥에 허리를 펴고 누워서 스르륵 눈이 감기려는 찰나, 끙끙 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해안이는 무려 열 권의 책을 골라 가지고 왔다.


“해안아 이걸 다 읽어 줄 순 없을 것 같아.”

“그래 그럼 이것만 읽어줘!”

타협은 하지만 요구는 당당한 것이 참으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추려낸 책은 고작 세 권. ‘아이고 역시 우리 착한 딸. 아빠의 피곤한 마음을 배려하기라도 하는 걸까 기특하기도 하여라!’


무서운 아저씨 목소리를 냈다가 할머니 목소리를 내었다 하면서 두 권의 책이 무사히 끝났다. 그러나 역시 그 두 권의 과정이 꽤나 고통스러웠다. 연기도 연기이지만 반복되는 어미 때문에 다시 졸음이 올 지경이었다. 게다가 책을 읽을 때 큰 바나나 베개에 등을 기대어 거의 누워 있었던 상태였다. 그래도 거의 다 왔다는 생각에 마지막 한 권을 들었다. 그리고 절망의 신음을 했다.



책 제목은 ‘100층 자리 집’


백 층까지 언제 올라가나 싶어 피곤이 몰려왔다. 레고를 할 걸 그랬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르 코르뷔지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