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5)

갑자기 의외의 인물을 만날 때

by 봄남

쾅!


등 뒤로 닫히는 문소리에 아줌마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마침 저 멀리서 또각또각 힐 소리를 내며 화장실로 걸어 들어가는 한 여인이 눈에 보였다. 최태수의 연인 김혜진이었다. 아줌마는 태수의 사무실에서 그녀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그 건물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 들릴 정도로 큰 목소리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었다.


“오빠! 나 민지 언니가 오빠 좀 보고 싶다는데 같이 만나도 돼?”



‘목소리 한 번 크네...’



아줌마는 화장실에 들어가는 혜진의 뒤를 쫓았다. 혜진은 가방에서 크림슨 립스틱을 꺼내 거울을 보며 입술을 바르고 있었다. 그녀의 차림새와 표정은 자신감이 넘쳤다. 아줌마는 예전에도 혜진이 같은 브랜드의 같은 색 립스틱을 발랐던 것을 기억했다.


아줌마의 시선을 느꼈는지 혜진은 본인보다 작은 아줌마를 괜히 한 번 스치듯 노려 보았다. 그 시선의 한기를 느끼고 아줌마는 얼른 눈을 피했다. 멀어지는 구두 소리에 아줌마의 표정은 분노로 가득 찬 눈빛으로 재빠르게 바뀌었다.



혜진은 태수의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원래 대화가 있었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김비서가 그녀에게 목례 했지만 그녀는 그를 알아봤을리 없었다.


“나랑 쇼핑 가자 오빠.”

“민지 언니 만난다며?”

“응 거기 가면 있을 거야. 여기 사무실 분위기 별로야.”

"누구길래 날 소개 해 주려고 해? 어떤 사람이야?"

"재능 부자 언니. 디자이너인데 디자이너 명함도 못내 밀정도로 뭐 한 건 없어. 그 언니도 나처럼 부모 없이 자라서 기회가 없었을 뿐."

"네가 웬일로 다른 사람 생각을 다해?"

"흔치 않지. 내가 왜 이러는지 오빠도 알게 될껄. 그 언니 사업구성 대박이야."


그녀는 한껏 콧소리를 내며 태수의 팔짱을 끼었다. 태수도 못 이기는 척 혜진을 따라나섰다. 태수는 김비서에게 따라오지 않아도 된다는 눈짓을 한 후 밖으로 나갔다.


그들이 만나기로 한 곳은 대형 쇼핑몰 안에 있는 스타벅스였다. 구석진 자리에 자리 잡은 민지를 발견한 혜진은 모두가 주목할 만큼의 큰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민지 언니!”

“.. 어.. 어…”


민지는 그런 혜진의 과한 행동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애써 웃어 보였다. 그런 그녀를 본 태수는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혜진 뒤로 따라오는 남자를 발견하고 놀란 건 민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고등학교 때 태수에게 말을 걸어준 유일한 여자 아이였다.


태수는 그녀가 성인이 되어도 여전히 출중한 미모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어!"

".... 태수?"


혜진은 그들이 서로 아는 낌새가 있는 것에 살짝 불쾌했다.


"뭐야... 서로 아는 사이야?"

"어.. 우리 고등학교 동창."


태수는 민지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 대답했다. 그는 귓가에 울리는 심장 소리 때문에 혜진이 말하는 소리는 들을 수 없었다. 민지는 고등학교 때와 달라진 태수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물론 좋은 쪽으로.


"오빠! 오빠아!" 생각에 잠긴 그를 깨우듯 혜진이 소리쳤다.

".... 어."

"언니가 가져온 거 들어야지."

"어."


민지는 당황했지만 오히려 잘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혜진이 자랑한 그녀의 '잘 나가는' 남자친구가 태수라니. 그것도 그녀를 도와줄 수 있는 투자자라... 복잡한 마음이 소용돌이쳤지만 침착하게 표정을 유지했다. 적어도 그녀 스스로는 표정관리를 잘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 이후로도 민지의 몇 시간에 걸친 사업 아이템, 그러니까 고양이 모양의 텀블러의 기능과 디자인 설명이 이어졌다. 그의 긍정적인 웃음과 신뢰 높은 목소리는 민지에게 성공에 대한 설렘을 느끼게 해 주었다.


그녀는 긴장한 탓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몰랐다. 아무거나 나불거렸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 좋은데?”


태수가 양 팔짱을 끼고 오른손으로는 턱을 만지며 신중하게 대답했다. 민지는 환하게 웃어 보였다.


“진짜....?”

“응. 가능한 한 빨리 해. 돈은 바로 입금해 줄게.”


민지가 대답하려는 순간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띠리리링!


휴대폰에는 ‘이도영’이라는 글씨가 떠있었다. 민지는 휴대폰의 벨 소리를 끄고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렇게나 빨리 결정될 일이었나? 민지에게 태수의 제안은 뜻밖의 복이었다.


“정말 고마워!”


일의 진행은 아주 매끄러웠다.


‘일이 되려니까 뒷걸음질 쳐도 골인이구나.”


6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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