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취 (4)

피해자 2

by 봄남


최태수는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아줌마 빚쟁이 앞에 마주 앉았다. 일부러 물들인 새 하얀 머리에 랄프 로렌에 쇼윈도에 걸려 있을 법한 아웃핏을 입고 있었고 이곳에 올 빚쟁이라고 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만큼 그리 고생하지 않은 얼굴이었다.


“최 사장님….”

“네 돈 가지고 오신 건가요?”


태수는 아줌마에게 당장이라도 돈을 받을 것처럼 요구했지만 사실 그는 이 빚쟁이 아줌마가 돈을 갚으러 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역시 얼굴 표정을 보고 짐작했고 그의 짐작은 99퍼센트 적중했다.


“지금 제 사정 뻔히 아시잖아요....”

“우리 계약서 썼잖아요. 왜 이러셔 아줌마. 똥 싸러 갈 때랑 나올 때랑 이렇게 달라서야 되겠어요?”


태수는 늘 그렇듯 존댓말을 썼다. 하지만 그의 어투는 아줌마를 하대하고 있었다.


“아니…이.. 이거 거의 사… 사기 아닙니까?”

“사기요?”


태수는 아줌마의 두 눈을 똑바로 응시한 채 콧방귀를 뀌었다.


“그렇게 쉽게 돈 버는 것… 같은데… 우리 좀 봐줘요!” 아줌마가 시선을 요리조리 피하며 자신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나 원 참. 세상에 쉬운 돈이 어딨어요 아줌마. 사기 쳐서 돈 버는 것도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데, 응? 사기 치는 것도 쉽지 않아. 얼마나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그냥 앉아서 돈 벌리는 그런 거 이 세상에 별로 없다고. 당신 봐줄 쉬운 돈 없어요. 아줌마.”

“제발요….”


그는 말하기도 귀찮다는 듯 인상을 한 번 찌푸린 후 숨을 길게 내 빼었다.


“휴.. 아줌마! 체면 떠느라 궂은일 못하죠? 그럼 애초에 돈 벌 생각하지 말아야지. 아줌마가 성실하기를 해 궂은일 마다하기를 해, 게을러터져 가지고 어떻게 하면 더 불쌍하게 보여서 편의 좀 받을까 이 생각뿐이잖아 응? 먹을 거 입을 거 다 쓰면서 내 귀한 돈으로 다 쓰시려고?”

“세상일이 그렇…”

“아줌마. 3일 줄게요. 3일.”


손가락 세 개를 피고 그녀의 얼굴에 갖다 대며 으름장을 놓았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빚쟁이 아줌마는 내몰리듯 쫓겨났다.


쾅!


등 뒤로 쾅하고 닫히는 문소리에 아줌마는 두 손을 불끈 쥐었다.


“…….”


김비서는 하나둘씩 몰려드는 빚쟁이들을 끌어내느라 정신적으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며칠 전 안정훈이라는 사람을 만난 후 심란해 진건 사실이었다. 그가 함께 범죄에 가담하는 일에 동조할 것인지 아니면 용감하게 그들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 또 아니면 최대한 잡음이 나지 않게 그 두 세력 사이에서 자신만 쏙 빠져나갈지에 대한 고민과 갈등이 있었다.


띠리리링


“여보세요. 어. 그래. 응. 좋아. 들어와.”


한껏 밝아진 태수의 목소리에 김비서의 어깨도 긴장이 풀렸다. 분명 혜진일 것이다. 태수의 연인.


그가 전화를 끊자마자 문이 벌컥 하고 열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혜진이었다. 그녀는 낮은 소파에 기다란 다리를 꼬며 앉았다. 예쁘진 않지만 화장이며 옷이며 한껏 멋을 내 어디 가서 외모로 뒤지진 않는다. 하지만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고 약간의 경박스러움에 더 가깝다.



“나랑 쇼핑가자 오빠.”



5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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