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변덕

by 봄남


데이트하는 날이 길어질수록 레아를 향한 재현의 사랑은 깊어졌고 동시에 레아의 변덕은 심해졌다. 그녀는 사랑받는 자의 어리광을 있는 그대로 부렸다. 재현의 넓은 아량을 당연한 듯 느끼며 어린아이처럼 애교를 부리다가 신경질도 더러 냈다. 처음 느꼈던 그녀의 성숙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다.


마치 ‘나 이제부터 비뚤어질 거야.’라고 다짐이라도 한 듯 그녀는 개구쟁이가 되었다. 그런 그녀의 변덕에도 재현의 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레아의 단점이 발견될수록 그녀의 비밀을 아는 뿌듯함마저 생겼다.


그런 것쯤은 지켜줘야 할 것 같은 둘만의 요새가 세워지는 것 같았다. 둘의 사이는 레아의 못돼짐과 상관없이 견고해졌다. 재현은 레아를 열심히 보호하고 싶었다.


“오빠. 나 늦을 것 같아.”


아침 10시, 레아가 강의실 가기 전 잠깐 경영대 건물 라운지에서 만나자고 했던 약속을 돌연 취소했다. 커다란 창문으로 내리치는 햇살을 등 뒤로 받아내며 김밥 두 개와 초코우유 두 개를 들고 서 있던 재현은 휴대폰 너머로 들려오는 레아의 징징대는 목소리에 익숙한 듯 대답했다.


“어제 늦게 잤어?”

“아니… 그냥 머리 말리고 세팅하느라 오래 걸렸네.”

“김밥이랑 초코우유 사 왔는데.”

“김밥 지겨워.”

“어제 네가 김밥 먹자고 했잖아. 네가 좋아하는 참치 김밥으로 사 왔는데.”

“몰라 그냥 갑자기 싫어졌어. 김밥 얘기 그만해. 듣기만 해도 속이 안 좋아.”


레아의 사랑스러웠던 변덕은 그날따라 신경과민증처럼 느껴졌다. 재현은 그 자리에 앉아서 김밥 두 개와 초코우유 두 개를 한 번에 해치웠다.


강의가 시작되자 그는 급하게 먹었던 김밥 때문인지 몰려오는 졸음을 내쫓느라 눈앞에 파리를 내쫓듯 고개를 빠르게 흔들었다. 한 참이 지나서야 레아가 몸을 숙이고 까치발로 들어왔다. 전혀 미안하지 않은 표정으로 여전히 싱그러운 머리를 한쪽 어깨로 쓸어내리며.


그녀는 재현의 옆 자리 조용히 앉았다. 그 모든 행동을 재현이 지켜보는 동안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강의에 집중했다. 그녀가 강의를 듣다가 재현과 눈이 마주치자 뽀뽀 입모양을 하며 윙크했다. 재현은 그제야 졸음이 달아나고 가슴속에 있던 체증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 그녀의 예쁜 눈을 영원히 마음속에 담고 싶었다.


“기말고사 준비 잘하고 오늘 수업 여기까지.”


교수님이 두 손바닥을 치며 마무리를 알리자 학생들이 시끄러운 의자 끄는 소리를 내며 일어났다. 그들은 너도나도 앞다투어 강의실 탈출에 힘썼다. 레아는 강의실 밖을 나가는 재현의 등에 매달리다시피 안겼다. 둘은 네 발 짐승이라도 된 듯 발을 맞추며 리듬을 타고 걸었다.


레아는 재현이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또다시 불현듯 안겼다. 재현은 레아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며 그녀를 꼭 안아 주었다. 그녀의 투정조차 그에게 큰 기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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