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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여름 Feb 26. 2024

행복한 사람이 꿈

행복한 하루가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



어릴 적부터 나의 꿈은 평범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이던가. 내가 생각하던 평범함이란 특별함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던 때부터 꿈은 무탈한 삶으로 바뀌었다. 시간이 흐르고 나서 다시 정정하게 되었는데 그건 바로 ‘행복한 사람’이다.


얼마 전 예능 프로그램 ‘금쪽 상담소’를 보게 되었다. 배우 김영옥 선생님 편이었고 그중에서 가장 공감한 내용이 있었다. 선생님은 33세가 된 조카가 암으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슬픔이 너무 컸다고 하셨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슬펐지만 한참 젊은 조카의 죽음은 충격이 오래갔고 무척 힘들었다고 했다. 나는 그 마음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 어릴 적부터 가까웠던 사촌 언니는 어느 날 단순히 감기에 걸려서 열이 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고열로 입원을 하다가 혈액 암인 걸 알게 되었고 길지 않은 투병 생활을 보내다가 어린 남매를 두고 하늘나라로 떠났다. 언니가 떠나던 때 곁을 지켰던 나는 아빠를 보내고, 할머니를 보낼 때와 다르게 인생의 허무함이 밀려왔다. 그때부터 죽음과 행복에 대해서 자주 생각하곤 했다.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지만 순서는 다르다. 막역한 사이로 자랐던 사촌 언니는 공부를 잘하고 얼굴도 예뻐서 집안의 자랑이었다. 결혼도 좋은 사람과 했는데 형부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뒤 언니도 형부 곁으로 가게 된 것이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면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까지 이어지나 싶었다. 언니가 그만큼 힘들었단 걸 뒤늦게 알고 마음이 많이 아팠다.  그 뒤로 나는 무조건 행복이 우선인 삶을 살 것이라고 다짐하게 되었다.


같은 꿈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무척이나 반가울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채널을 보는데 김고은 배우에게 꿈이 뭐냐는 진행자의 말에 “저는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에요.”라고 하는 것이다. 내적 친밀감이 한껏 올라가며 그날부터 김고은 배우를 더욱 좋아하게 되어버렸다. 나처럼 행복한 사람이 꿈이라니. 어떤 이유에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들을수록 와닿았다. 근래에 마음이 힘들고 작은 말에도 쉽게 흔들렸는데 우연히 보게 된 영상들에서 답을 찾았다. ‘그래, 내 행복에 집중하자!’ 잠시 잊고 있었던 삶의 방향을 바로잡았다.


때로는 잘 모르는 타인보다 가까운 사람들이 오히려 가시 돋친 말을 할 때가 있다. 가깝다는 이유로 거침없기도 하고 무례하기도 하다. 그래서 더 아프고 상처가 된다. 중요한 건 자기들이 상처를 주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다 너 위해서 하는 말이야.” 또는 “이런 말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는데.”로 시작한다. ‘그럼 하지 마!’ 되받아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그 자리에서 묵묵히 듣고 내내 속상해한다. 나 역시 어디선가 상처 주는 역할을 한 적이 없었나 곰곰이 되돌아보기도 한다.


따져보니 작년부터였다. 오랜만에 만나거나 혹은  자주 만나던 사람들이 하는 말과 행동에 유난히 신경이 쓰이고 상처도 받았다. 원망스러운 마음을 품느라 나의 행복에 오롯이 집중하지 못했다. 지금부터는 다시 행복을 우선으로 전념해 보려고 한다. 어제와 오늘이 같아 보여도 하루도 같은 날은 없다. 안일하게만 느껴지던 일상이 돌연 무언가로부터 빼앗기면 그때부터 안일함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특별함만 남게 된다. 바꿔 생각해 보면 오늘도 특별한 하루가 될 수 있다. 행복도 행복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에게 찾아오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행복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잘 움켜쥐어야겠다. 행복한 사람이 꿈이라는 건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있다. 행복으로 느껴지는 모든 게 포함되기 때문이다. 


행복한 하루가 쌓여야 행복한 인생을 만든다. 까칠한 말, 뾰족한 말은 들어도 흘려버리고 상처 주는 말에 가만히 듣고만 있지도 말아야겠다. 행복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니까. 가끔 누군가 꿈에 대해서 물어보면 괜히 민망해서 대답하기 꺼려지곤 했었다. 이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는 행복한 사람이 꿈이에요."




행복을 주는 보물 '푸바오' 가까이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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