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 좋은 연고 어디 없을까
턱 밑에 붉은 뾰루지가 올라왔다. 가만두면 저절로 가라앉겠거니 내버려두었는데 점점 커졌다. 예사롭지 않아서 최대한 손이 닿지 않도록 주의했다. 하루 이틀이 지나도 호전되기는커녕 욱신거리는 아픔까지 전해졌다. 단순한 뾰루지는 아니기에 피부과에 가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최근 병원을 세 곳이나 다녀와서 귀찮음이 컸다. 이럴 땐 검색이 최고! 특정 연고를 바르면 괜찮다는 글이 눈에 들어왔다. 글쓴이가 말한 연고는 다행히 집에 있어서 당장 염증 부위에 발랐다. 느낌만으로는 즉각 증상이 완화되는 것 같았다. 잠들기 전에는 코 안쪽에도 같은 연고를 발랐다. 콧속이 헐어서 찾아보니 추천하는 연고가 뾰루지에 발랐던 것이었다. 뒤늦게 알았는데 이번에 병원에서 처방해 준 연고도 동일한 거였다. 염증 연고라고 알고는 있었는데 지금 내게는 만병통치약에 가깝다.
문득 연고가 외상이 아닌 곳에 바를 수 있는 상상을 해봤다. 예컨대 무의식에도 바르는 연고가 있다면 어떨까? 혹은 약이거나. 때때로 불쑥 생각나지만 거의 대부분은 꿈에서 괴롭거나 슬펐던, 또는 아쉬운 관계들이 등장한다. 꿈속에서 울던 내가 실제로도 자면서 울고 있는 경우도 더러 있다. 꿈을 깨고 나면 ‘휴...’ 하고 안심하는데 한편으로는 찜찜하다. 꿈은 해결되지 않는 무의식적인 갈등이 표출되는 하나의 통로라고 하던데. 누군가는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라 하고. 나는 매일 꿈을 꾸는 사람이어서 개운하게 일어난다는 걸 잘 모른다. 어떤 꿈을 꾸었는지에 따라서 아침의 시작이 조금 다를 뿐이다. 다만 슬프지만 또 꾸고 싶은 꿈도 있다. 가끔 돌아가신 아빠와 강아지 별에 있을 루비와 단비가 등장하는 꿈은 깨고 나서도 아쉽고 애틋함이 오래간다. 이럴 때 바르는 순간 스며들면서 감정이 누그러지는 연고나 약이 있다면 좋지 않을까.
매일 안 좋은 꿈만 꾸는 건 아니다. 며칠 전에는 진짜 웃긴 꿈을 꿨는데 유감스럽게도 생각나지 않는다. 얼마나 즐거웠으면 꿈을 꾸면서 소리 내서 웃었나 보다. 남편은 내가 자면서 우는 줄 알고 토닥거렸는데 ‘크크크’를 ‘흑흑흑’으로 착각한 것이다.
“나 웃는 거야.”
덕분에 웃긴 꿈이 깨버렸지만 대신 남편은 걱정 없이 다시 잠들었다. 이제껏 한 번도 꿔본 적 없는 꿈이었다. 되게 웃겼는데. 이런 꿈이라면 매일 꿔도 괜찮은데.
누구나 품고 있는 아픔이 있다. 염증처럼 곪아서 터지기도 하고 때론 끝끝내 무의식까지 쫓아오기도 한다. 나는 스스로 내면이 강한 사람이라고 여겨왔지만 꿈속에서는 여과 없이 드러나고야 만다. 그렇지 않다면 꿈속에서 힘들 일도 없을 테니까. 비록 무의식에 효능 좋은 연고는 없더라도 대신 나만의 치료제는 있다. 나의 강아지 사랑이를 품에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편안함을 느낀다. 안심할 수 있는 존재가 주는 안락함에 기대는 것은 가장 효과 빠른 방법이다. 한편으로 꿈은 정말 꿈이기 때문에 천만다행이다. '꿈이었네?' 하고 나면 그만이기도 하니까. 뾰루지가 가라앉는 것처럼 어쩌면 무의식에 있는 달갑지 않은 꿈들도 날마다 희미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보이지 않는 연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