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를 대하는 자세
'나다운 모습이 무엇일까?' 한동안 이런 고민을 했었다. 그리고 친구들과 만난 이후로 이 생각을 더 자주 하게 되었다. 집에 있을 때 모습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중에 나는 집에서도 머리를 매만지고 비비크림 정도를 바른다고 했다.
“집에서 왜 머리를 만져? 화장은 왜 해?”
“나는 집에서도 단정하게 있는 게 좋아.”
“자존감이 낮은 거 아니야? 어떤 모습이든 자신을 사랑해야지.”
두 친구는 ‘맞아, 맞아’를 하며 심지어 주말에는 머리도 안 감는다고 했다. 무엇이 맞고 틀림의 문제는 아닌데 굳이 자존감을 언급한다는 건 조금 무례하다고 여겨졌다. 당시에는 “그래?” 하고 넘겨버렸지만 만남 이후에 두 친구의 말을 떠올리면 괜히 찜찜했다.
내가 집 안에서도 단정함을 유지하려는 이유는 별건 아니다. 덕분에 늘어지지 않는 게 가장 크고, 무심코 지나치다가 보게 되는 거울 속 모습에도 추레하지 않을 정도가 좋은 것이다. 누가 본다고 꾸미는 게 아니라 자신을 대하는 자세가 다른 것 아닐까?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 ‘자존감’이란 단어를 언급한 게 꽤 마음에 걸렸나 보다. 오히려 그런 말이 오고 가고부턴 실내복도 더 잘 입고 싶어졌다. 나 자신을 스스로가 잘 대해주는 것이야말로 바로 자존감이라는 걸 분명하게 깨닫게 되었다.
요즘 연령층에 상관없이 인기가 급상승인 여배우가 있다. 바로 배우 ‘최화정’이다. 재치와 센스까지 겸비한 여배우의 유튜브는 개설하자마자 조회 수가 빠르게 올랐다. 나는 그의 집안 곳곳에서 집주인을 닮은 소품들을 눈여겨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공간을 아름답게 가꾸며 사는 사람을 보면 항상 부럽고 따라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가 다른 채널에 나와서 하는 말로 인해서 한동안 내 마음 한편에 찜찜하게 남아있던 부스러기가 떨궈지는 듯했다. 최화정 배우는 남에게 보이는 게 아닌 내가 보기에 좋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근사하게 입고 나갈 외출복보다 평소에 입는 옷을 잘 입어야 한다고 말이다. 게다가 빨간 립 틴트 하나만 발라도 집안에 우환이 없어 보인다는 말은 참으로 맞는 말이 아닌가. 나만 보는 것에서의 자존감이 올라간다는 말에 백 프로 천 프로 공감했다. 그건 내가 나를 대하는 자세의 중요함일 것이다.
내가 바라보고 생각하는 스스로의 모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나에게 더 잘해주고 싶다. 집에서도 항상 단정한 모습으로 지내려는 이유도 그러하다. 이러한 행동들을 통해서 날마다 자신감도 붙는다. 대단한 것도 아니다. 분리수거를 하다가 아는 사람을 만나도 괜찮은 정도의 모습이면 됐다. 이 습관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아마 나는 오래전부터 바라던 고운 할머니의 모습으로 늙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결국 나다운 게 뭔지 아는 사람이 ‘나답게’라는 말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휴일에 왜 머리를 감아? 밖에 안 나가는데?”
“자기 자신의 어떠한 모습도 사랑할 줄 알아야지!”
친구들의 말이 꼭 틀린 건 아니다. 다만, 우리가 서로 생각이 다른 것이고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을 뿐이다. 왜냐하면 나는 나를 매일 가꿔주는 게 좋으니까. 이게 진짜 내가 좋아하는 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