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이 필요한 당신에게, 영화 '안경'

떠나지 않아도 괜찮은 순간

by 봄여름


가끔은 누구에게나 쉼이 필요하다. 스스로 선택해 얻는 쉼일 수도 있고, 억지로라도 마련해야 하는 시간일 수도 있다. 하지만 막상 휴식이 눈앞에 주어지면 우리는 종종 서툴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거나,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불안해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렇다.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계획을 세우는 일에 금세 지쳐버린다. 나에게 여행은 설렘이면서 동시에 숙제다. 떠나기 전에는 설레지만, 막상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은 또 달라진다. 결국 이번 휴가에는 아무 데도 가지 않았다. 늦잠도 잤고, 평소처럼 카페에 가서 책을 읽으면서 무심히 하루를 흘려보냈다. 주말과 다를 것 없는 시간들이었지만, 억지로 움직이지 않은 그 순간들 속에서 오히려 편하기까지 했다. 그때 문득 한참 전에 봤던 영화 '안경'이 떠올랐다. 멍하니 볼 수 있지만 결코 멍 때리는 것이 아닌 메시지를 담은 이 영화가 나에게 필요했다. 어쩌면 나는 쉼과 사색의 시간이 동시에 갖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안경'의 타에코도 그랬다. 쉼을 원해 바닷가 마을로 떠났지만, 그녀는 낯선 느림 앞에서 불안해졌다. 민박집 사람들은 아침마다 바닷가에서 ‘메르시 체조’를 하고, 하루의 대부분을 멍하니 흘려보낸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목적도 없다. 타에코는 그런 풍경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그녀에게는 불편함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그러나 영화가 보여주는 비밀은 단순하다. 조급해하지 않는 것. 삶의 속도를 억지로 맞추려 하지 않고, 천천히 받아들이는 것. 타에코는 결국 머무르며 깨닫는다. 쉼은 멀리 떠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느리게, 조급하지 않게 받아들이는 데 있다는 것을. 민박집의 소박한 밥상과 해가 지는 바닷가의 고요한 빛. 그 단순한 풍경 안에 이미 충분한 위로와 충만함이 숨어 있었다.


나 역시 이번 휴가 동안 그 사실을 조금씩 이해한 듯하다. 특별할 것 없는 카페의 풍경 속에서, 같은 책장을 넘기면서도 문득 시간이 천천히 흐른다는 걸 느꼈다. 떠나지 않아도 괜찮았다. 나만의 쉼은 이미 가까이에 와 있었다.


영화에서 안경이 바람에 날아가는 장면이 있다. 허공을 가르는 안경. 그것은 단순히 시력이 흐려진 자리가 아니라, 새로운 시선이 열린 공간이었다. 타에코의 시야는 흐릿해졌지만, 마음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풍경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태도. 나도 평범한 날들 속에서 일상을 바라보는 작은 여유와 평온을 얻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되도록 조급하지 않으려 한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답답해하기보다, 지금 이 자리에서 잠시 멈추어 서는 법을 배우고 싶다.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늦잠이 오면 잠에 몸을 맡기고, 책장이 손끝에서 천천히 넘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그렇게 오늘을 흘려보내고 싶다. 쉼은 먼 곳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마음이 머무는 자리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으니까.




안경4.jpg 영화 '안경'




중요한 건
조급해하지 않는 것
초조해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반드시




안경1.jpg 영화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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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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