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지 않는 기록에 대하여

그럼에도 나는 오래도록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by 봄여름


인스타 팔로워가 점점 줄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이제 웬만해서는 피드를 올리지 않는다. 항상 이랬던 건 아니다. 뭐라도 매일 올려보려고 애쓰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시들해졌다. 누군가에게 보이기 위한 기록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일기장처럼 소소한 일상을 조잘조잘 나눌 수 있지만, 내게는 그럴 만큼 친밀한 팔로워도 많지 않다. 물론 아주 드물게 소식을 전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일상을 낱낱이 나누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연결되지 않은 사람들이 있는 공간이 더 편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나를 아는 사람이 많지 않음에도, 그들의 시선이 편치 않다. 사사로운 일상을 드러내는 것도, 지금의 평온하고 행복한 날들을 자랑하듯 보여주는 것도 내키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인생에서 굳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일들이 미리 닥쳐왔을 때는 이상하게도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하지만 가장 평온한 지금은 오히려 곁이 한산하다. 살면서 자주 느끼지만 기쁠 때 함께 기뻐해 주고 슬플 때 옆을 지켜주는 관계는 참 드물다. 적어도 슬플 때만큼은 함께 슬퍼해주던 사람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한동안은 그 간극이 서운해 마음속에 담아두기도 했다. 내가 변한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도, 누군가는 나의 변화를 느꼈을 것이고 관계는 조금씩 멀어졌다. 아무리 두터운 관계라도 어느 순간 소원해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이것 또한 어른이 되고 성숙해지는 과정 중 하나라고 여기기로 했다. 내 생각이 늘 옳지 않듯, 그들에게도 저마다의 사정이 있었을 테니까.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에 일상을 공유하지 않게 되었다. 어쩌다 한 번 올리는 짧은 피드 외에, 블로그와 브런치에는 긴 글을 올리면서도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나를 숨기고 싶은 이 마음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어쩌면 매일 쓰고 있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시간들은, 나를 단단하게 다지는 수련의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남들이 알아주는 나보다, 내가 기록한 나를 더 믿어보려 한다. 줄어드는 팔로워 수에 연연하기보다, 조금씩 늘어가는 나의 문장들에 집중하고 싶다.


아무도 보지 않아도, 혹은 누군가 우연히 들러 잠시 머물다 가더라도 상관없다. 대신 내 안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해졌으니까.


그럼에도 나는 오래도록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ChatGPT Image 2026년 1월 10일 오전 11_18_05.png 오래도록 기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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