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 직원이 말했다.
유골함은 기장의 사전 허락이 필요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고 말했다. 화장터에서 받은 한 장의 확인서를 들고, 고인이 된 아버지의 유골함을 안았다. 유골함은 혼자서도 들 수 있을 만큼 가벼웠지만, 누군가의 허락이 없이는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내가 보는 앞에서 직원은 기장과 통화했고, 승낙이 떨어진 뒤에야 검색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문득 떠올랐다. 서로 사정이 맞아 자연스레 이뤄진 줄로만 알았던 시도 간 인사 교류가, 어쩌면 누군가의 허락 아래서 가능했던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비행기 안으로 들어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무릎 위에 유골함을 올려놓고, 두 팔로 조심스레 감쌌다. 하얀 보자기 너머 이제는 조용한 무게만 남은 아버지, 그 옆에 꽃이 있었다. 다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위해 미리 준비해 둔 거였다. 꽃을 주문하면서 말했다. "들에서 막 꺾은 것처럼요." 시들기 시작한 꽃들이 유골함 옆에서도, 말간 얼굴로 피어 있었다. 꽃은 아직, 살아있다는 냄새가 남아 있었다.
옆자리에 어떤 엄마와 아이가 앉았다. 아이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고, 엄마는 살며시 아이의 물음과 시선을 막았다. 주변의 시선은 더 이상 무겁지 않았다. 무릎 위의 꽃이 고개를 들며 흔들렸고, 비행기가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등을 등받이에 기댔다. 홀로 치른 장례, 말없이 견딘 마음들을 등 뒤로 넘겼다. 점점 작아지는 땅을 뒤로한 채 하늘로 날아올랐다.
제주 동쪽의 한적 한 마을.
마당 있는 작은 집에 닿았다. 두 아이는 곤히 잠들어 있었고, 아내는 천천히 일어나 나를 안아주었다. 배는 많이 불러 있었다. 나는 수줍은 듯 고개 숙인 꽃을 내밀었고, 출산을 한 달 앞둔 그녀의 무거운 배를 안았다. 투명한 컵에 물을 채우고, 시든 꽃을 꽂았다. 여기까지 오는 길, 내내 품에 안고 있던 유골함을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숨소리와 아내의 품 사이에서 유골함을 놓았다. 그 순간엔 더는 안고 있을 힘이 없었다.
늦은 밤, 아내는 옆으로 몸을 말았다. 나는 가만히 아내의 배에 손을 얹었다. 하루를 품고 돌아온 내 팔이, 긴 시간의 온기를 품은 아내의 몸을 감쌌다. 아내가 안고 이어 온 무게는 내가 건너온 짧은 시간과는 비교할 수 없었다. 나는 잠시 작은 유골함을 안고 있었고, 아내는 긴 시간, 말 없는 아이의 몸짓을 품으며 견디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