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가 날아왔다.
전날 거센 바람 탓에 집을 짓지 못한 제비 한 마리가 그날 센터 차고지 안으로 종일 날아왔다. 기어이 집을 짓겠다는 듯, 쫓아내도 다시 들어오기를 반복했다. 결국 차고지 천장에 검은 비닐봉지를 달았다. 바람에 펄럭이는 봉지를 보고 제비는 흠칫 놀라 도망쳤다.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천장에 봉지를 하나 더 달고 있을 때, 근처에서 자주 노숙하시는 분이 환하게 인사를 건넸다. 그분은 아무 말 없이 웃었고, 조용히 길을 갔다.
나는 거주지 불명으로 살아온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어딘가에서 노숙인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을까 생각했다. 제비는 어디든 집을 지을 수 있었지만, 그날 나는 그 제비를 쫓아 내고 있었다.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해 노숙인들을 만날 때면, 여기서 주무시면 안 된다고 말했다. 나는 자리를 옮기라고 말했지만, 정작 그분들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몰랐다.
나는 아버지를 다시 마주하는 일이 두려웠다. 아버지가 짊어지게 할 무게, 그리고 내가 감당하지 못할 상처 같은 것들이 늘 가슴 한켠에 맺혀 있었다. 오래전 아버지 이야기를 아내와 나누던 중, 잉크 한 방울이 맑은 물컵 속으로 떨어지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잉크는 물속으로 퍼지지 않고, 바닥 어딘가에서 조용히 웅크리고 있었다.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쓰며 내 안에 웅크린 기억을 하나씩 꺼낼 때, 그 감정도 조심스레 밖으로 흘러나왔다. 그러자, 오래 가라앉아 있던 검은 잉크가 물속에서 천천히 퍼져나갔다. 내 마음속 아버지에 대한 감정도 조금씩 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 감정이 맑은 물 안에서 흩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작년 12월, 소방공무원의 회복을 위한 낭독 치유반 '수파자(SUPAJA)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처음엔 그저 낭독 수업인 줄 알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자연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쓰고,
그 글을 목소리로 읽어 나가는 과정으로 이어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비롯해 몇 가지 이야기를 써서 직접 읽는 순간마다 가슴이 뜨거웠습니다.
그때 수업을 따뜻하게 이끌어 주시고, 브런치 스토리의 첫 글을 격려해 주셨던 '홍은철 아나운서’님께 감사드립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해 두 달 남짓 연재를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의 끝에서,
오늘도 제 손을 잡아주고 있는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그리고 위로와 격려를 보내주신 모든 글벗 분들께도 고맙고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꼭, 무연고 처리해 주세요'를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