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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Jan 16. 2023

새벽 6시 30분이면 들려오는 윗집 알람소리


딩딩디리링 딩딩딩, 딩딩디리링 딩딩딩~


벌써 몇 분째 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우리 집이냐고? 아니, 윗집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우리 위층 이웃은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잠을 자는지 늘 알람 소리가 아주 가깝게 들린다. 거의 우리 집 천장에서 들리는 수준이랄까. 베개로 귀를 막아도 소용이 없다.


"아, 제발 일어나서 알람 좀 끄면 안 되나?"


내 탄식을 들었는지 알람이 조용해진다. 그러더니 조금 후에 들려오는 소리.


쪼르르르르르륵~


이번엔 욕조에 물을 받는 모양이다. 윗집엔 할아버지가 사시는 것 같은데(기침소리나 기상 시간으로 미루어볼 때) 아침마다 목욕을 하시는지 꽤 긴 시간 동안 저렇게 물을 받는다. 윗집이 이사 오고 난 후 매일 아침마다 알람 소리와 목욕물 받는 소리에 잠을 설치고 있다.


윗집이 이사 오고 달라진 아침


올빼미 족인 나는 평소에 새벽 2~3시에 잠들어서 아침 8시경에 일어나는데 요즘은 매일 새벽 6시 반이면 시작되는 소음으로 괴로움을 겪는다. 노인 분이라 아침잠이 없는 걸 이해해 보려 해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다 보면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국 다시 잠드는 걸 포기하고 일어나 앉지만 몽롱해서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커피도 별 소용이 없다. 잠이 부족하면 각종 질병 위험도 높아진다는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환경을 바꿀 것인지, 아니면 내가 바뀔 것인지.  정도의 생활소음을 층간소음으로 항의할 수는 없으므로 결국 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렇게 인생에서 결코 도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던 미라클 모닝에 도전하게 되었다. 어차피 강제 기상을 해야 한다면 수면시간을 바꿔서 새벽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안 그래도 요즘 '갓생', '습관 만들기'가 인기 키워드인데 이 기회에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도 나쁘지 지. <트렌드코리아 2023>에 따르면 큰 성공이 어려워진 저성장기 시대에는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에서 자아의 의미를 찾는다고 한다. 평범한 인생일지라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자기 다짐적 삶을 살아내며 바른생활과 일상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74p)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나 역시 블로그에서 미라클 모닝을 실천하는 이웃들을 보며 한번 동참해 볼까,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는데 이렇게 윗집 할아버지로 인해 그 실행을 앞당기게 될 줄이야.


혼자 결심하면 아무래도 작심삼일이 될 수 있으니 블로그에 미라클모닝 일기를 올리기로 했다. 그렇게 다분히 강제성을 띤(?) 새벽 기상 챌린지가 시작되었다. 첫날부터 실패할까 봐 걱정하며 잠들었는데 다행히 아침 6시 50분에 알람을 듣고 눈을 떴다.


잠기운이 가득한 채 비틀거리며 거실로 나간다. 아침기도를 드리고 성경을 읽은 후 주전자에 찻물을 끓인다.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와 함께 따뜻한 열기가 퍼지자 썰렁했던 주방이 아늑해진다. 보이차를 한 컵 타 들고 거실 테이블에 앉는다. 이제는 모닝페이지를 쓸 차례.


어떻게 쓰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의식의 흐름에 따라 3쪽을 적는 거란다. 떠오르는 생각들을 자유롭게 적으며 덕지덕지 붙어있는 잠기운을 떼어낸다. '근데 이거 이렇게 막 써도 되나? 에이, 어차피 나 혼자 볼 건데 뭐'. 모닝페이지는 다른 사람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 좋다.


글을 쓰다 보니 남편이 일어난다. 하품을 하며 힘껏 기지개를 켜더니 휴대폰을 들고 욕실로 씻으러 들어간다. "따라라라라라 따라라라라라라라 따라라 라라 라라라라~" 욕실에서 흘러나오는 친숙한 멜로디,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 1번 '아침의 기분'이다.


남편이 언제부터 클래식을 들었지? 유튜브 알고리즘이 추천한 아침음악이든 그의 선곡이든 어쨌든 실내를 채우는 상쾌한 멜로디가 내 첫 미라클 모닝의 성공을 축하해 주는 듯하다.


중요한 건 나에게 맞는 생체 리듬


그렇게 작년 12월에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후 20일간 새벽 기상을 지속했다. 일주일만 성공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무려 3주를 채울 줄은. 사실 미라클 모닝을 하면서 성취감과 만족감이 커서 할 수 있는 한 계속하려 했다.


그런데 이른 아침에 일어나려면 적어도 자정에는 잠들어야 하는데 취침시간에 적응하는 것이 영 힘들었다. 늘 새벽 2-3시에 자던 습관 때문에 12시 전에 자리에 누워도 잠이 오지 않았다.


그렇게 수면시간이 부족한 로 무리하게 3주간 미라클 모닝을 지속하다 보니 컨디션이 저하되었는지 덜컥 코로나에 걸려 버렸다. 슈퍼 유전자는 아니지만, 영양제도 잘 챙겨 먹고 휴대용 손소독제도 가지고 다녀서 그동안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리한 새벽기상으로 몸이 약해진 틈을 타서 바이러스가 침투한 것 같다.


어쨌거나 코로나에서 회복된 지금 다시 미라클 모닝을 계속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깨어있는 소수만이 누리는 새벽의 고요함을 이미 느껴봤기에 다시 그 마법 같은 시간에 동참하고 싶은 욕구가 내 안에서 꿈틀댄다. 하지만 늦은 밤 은은한 조명을 켜 놓고 혼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편안함도 거부할 수 없다.


일찍 일어나는 새와 심야의 올빼미 중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계속 고민 중이다. 혹자는 이런 나를 두고 당연히 얼리버드가 되어야지 뭘 주저하냐며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수가 선택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고 내 생체리듬을 고려해서 하루를 가장 효율적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고자 한다. 미라클 모닝이 반드시 새벽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아니니, 내게 맞는 시간에 일어나 기도, 독서, 글쓰기, 운동 나만의 생활 습관(루틴)을 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다.


참,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건 윗집 할아버지도 요즘은 늦게 일어나시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나도 푹 잘 수 있고. 그동안 할아버지도 미라클 모닝을 하셨던 걸까. 처음의 결정이 강제적이었다면 이제 두 번째 결정은 온전히 내 몫이다. 생각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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