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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Jan 26. 2023

네이버 메인에 오르고 악플을 겪었어요


요즘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직 3주밖에 되지 않은 새내기 기자라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이토록 살벌(?) 줄 몰랐다. 그동안 브런치와 블로그 이웃들의 호의적인 댓글만 받다가 처음 악플 세례를 경험하니 당황스럽다. 이건 마치 안락한 울타리 안의 세상을 벗어나 맹수가 우글대는 사바나 한복판준비 없이 던져진 기분이랄까.





최근에 채택된 기사가 네이버 뉴스판 메인에 떴다. '많이 뉴스' 랭킹 1위를 찍다 보니 무려 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글을 읽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윗집 할아버지의 이른 기상시간으로 인해 올빼미족이었던 내가 어쩔 수 없이 미라클모닝에 도전하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우와, 우리 J 대단한데~


신나 읽어보던 남편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진다. 그러더니 내 손에 있던 휴대폰을 가져간다. 마음 다치니 댓글을 읽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람 심리가 읽지 말라면 더 읽고 싶은 법!! 남편의 주의가 흐트러진 틈을 타서 휴대폰을 휙 낚아채고는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초반에는 글 내용에 공감하는 댓글이 주로 달리다가 아래로 갈수록 마음에 생채기를 내는 댓글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악플들이 있었는데 기억나는 몇 가지만 추려본다.



1. '의자를 끽끽 끌고 쿵쿵대며 돌아다니는 내로남불 층간소음 유발자'


새벽 2~3시에 잠든다는 내용을 보고 누군가 저렇게 단정 지어 써 놨다. 저 댓글 말고도 꽤  많은 댓글들이 새벽 취침을 비난하던데 음... 이건 좀 억울하다.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엔 돌아다니지 않는다. 잠이 오지 않아서 소파나 잠자리에 누워 책을 읽거나 휴대폰 앱으로 글을 쓰는 게 다이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우울감과 불면증을 겪었고 그때의 취침습관이 고쳐지지 않아서 현재 개선하려고 노력 중이다. 



2. '글이 알맹이가 없고 내용이 중구난방인데 뭐 어쩌라는 거냐'


 지적은 유쾌하지는 않지만 수용한다. 독자에 따라 글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으니.  



3. '6시 30분 기상을 어떻게 미라클 모닝이라고 할 수 있나'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불쾌해했다. 아마도 6시 30분에 출근하는 분들 입장에서는 거슬릴 수도 있었겠다. 그런데 미라클 모닝 반드시 이른 새벽에 일어나야만 하는 건지 궁금하다. 보통 4~6시 사이, 하루의 본격적인 일과 2~3시간 전에 일어나서 생활습관(루틴)을 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6시  일어난다고 해서 미라클 모닝이 아닌 걸까.


남편이 10시(자율출퇴근제 시행)까지 출근하는 우리 집에서는 8시에 일과가 시작되므로 6 은 이른 시간이다. 요즘은 근무 형태와 출근시간다양해서 집집마다 기상시간이 다를 수 있는데 너무 한 가지 잣대만 들이댄 것은 아닌지. '미라클 모닝'은 몇 시에 일어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고 아침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상시간이 몇 시이건 자기 생체리듬에 맞춰서 적정한 수면을 취하고 나머지 시간을 충실하게 보낸다면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4. 그 외


'남의 티끌만 보지 말고 네 눈의 들보를 ', '남들 출근하는 6시 반커피나 마시고 앉았냐'라는 댓글 등이 기억난다. 아무튼 이번에 네이버 뉴스판 악플을 겪으면서 불쾌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물론 새겨들을 만한 따끔한 충고도 있었다.



갑자기 얼마 전에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가 생각나서 여기에 옮겨본다.


단지 나에게 한 가지 구원이라고 할까, 적어도 구원의 가능성이 된 것은 내 작품이 많은 문예비평가들로부터 미움을 받고 비판을 받아왔다는 사실입니다. (중략) 물론 개중에는 내 작품을 나름대로 좋게 평가해 주는 문예 관계자도 있었지만, 그 수도 적고 목소리도 작았습니다. 업계 전체적으로 보면 '예스'보다는 '노'라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컸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만일 내가 연못에 빠진 할머니를 물에 풍덩 뛰어들어 구해냈더라도 아마 다들 나쁘게 얘기했을 거라고ㅡ반은 농담으로 반은 진짜로ㅡ 생각합니다. '속셈이 빤히 보이는 매명 행위'라고 하거나 '할머니는 분명 수영을 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하거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본문 중에서


이 인용구를  "자기가 무라카미 하루키인줄 아나, 착각하고 있네."라고 하는 분은 설마 안 계시겠지. 요점은 어떤 사람이 글을 쓰더라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나 나 같은 무명의 브런치 작가나) 거기에는 비난과 비판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넓고 다양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있는 만큼 모두의 마음에 들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상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다만 한 가지 바라는 점이 있다면 댓글로 표현의 자유를 행사하기 이전에 그 글 뒤에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달라는 것이다. 지나친 비난 댓글은 상대의 영혼을 갉아먹을 수도 있다.


글을 쓰면서 자기 검열을 하는 편이어서 내가 쓴 글에 욕먹을 내용이 그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새롭게 깨달은 점이 많다. 그동안 다른 시민기자분들의 악플 관련 후기를 읽으며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막상 날 선 댓글들을 눈으로 확인하니 씁쓸하긴 하다.  


글을 쓰는 행위가 새삼 무겁게 다가온다. 그 와중에 위로가 되는 건 내 글에 공감표현을 해준 406명의 독자분들이 다는 사실과, 무관심보다는 악플 섞인 댓글이라도 많은 게 낫다는 남편의 말이다.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단계 성장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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