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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Jan 06. 2023

선택받지 못하는 글을 쓴다는 건

나를 평가하는 숫자들


글을 쓰는 삶을 꿈꾸리라고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어린 시절 책을 좋아했고 글짓기 대회에번 상을 탄 적은 있었지만 특별히 글쓰기에 재능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전공이나 직장도 글쓰기와 무관했기에 불과 몇 년 전까지 글이란 등단한 작가들의 전유물이라고만 생각했다. 책을 좋아하지만 그저 충실한 독자로 머무르는 게 내 위치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미세한 기류의 변화를 감지했다. 유명 작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낸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많은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출간을 통해 작가로 거듭나는 것을 보며 보통 사람도 책을 쓸 수 있는 시장무르익었다는 걸 깨달았다.


거기에는 브런치의 공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을 기치로 내 건 이 플랫폼에서 작가를 꿈꾸는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글을 발행하고 있으니까. 나 역시 2021년 4월 브런치 작가가 된 후, 한 자락의 희망을 품고 꾸준히 글을 썼다. 초보 작가의 의욕으로 무장한 채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응모하고 브런치가 주관하는 공모전에도 참여했지만 결과는 늘 낙선이었다. 수상자들의 프로필을 살펴보면 말과 글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사람들이거나 아니면 확실한 자기 분야의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나 같은 주부가 날고 기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공모전에서 당선되는 건 힘들어 보였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그럼 구독자라도 팍팍 늘던가 인기글에라도 자주 오르면 신이 나서 글을 열심히  텐데 그마저도 아니니 내 글쓰기는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려고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혼자 일방적인 글쓰기를 하고 있자니 이럴 거면 일기장에 쓰지 왜 여기에 써야 하나,라는 의문이 계속 나를 따라다녔다. 그렇게 9개월간의 슬럼프를 겪게 되었다.


긴 브태기(브런치 권태기)를 거쳐 지난해 7월 다시 글쓰기를 재개했지만 아직도 결과는 신통찮다. 달라진 건 예전보다는 좀 더 탄탄해진 마음 근육으로 버티고 있다는 점. 교류하는 작가들이 조금씩 늘고 그분들이 남겨주는 따뜻한 공감과 댓글 덕분에 구독자수나 조회수처럼 눈으로 보이는 수치가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매일 마음을 다잡으며 글을 쓰고 있다. 그런데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블로그에 광고라도 달아보려고 신청했던 네이버 애드포스트 미디어 등록신청이 그만 보류되고 말았다. 그동안 방치해두었던 블로그를 살려보고자 지난 한 달간 코로나에 걸려 고열과 통증에 시달리는 와중에도 1일 1 포스팅을 하면서 방문자수와 조회수를 끌어올려놨는데 왜 거절되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정확한 기준이 공개되어 있지 않아,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기준을 참고했다.)


몸 상태도 안 좋은데 새해 벽두부터 기운 빠지는 소식을 들으니 그만 글쓰기를 다 놓아버리고 싶었다. 내 글을 수치로 평가당하는 걸 그만두고 싶었다. 그런데 마음 한 구석에서 이상한 오기 같은 게 생겼다. 그만두더라도 한 번만 더 해보고 그만두자는. 그래서 그동안 생각만 하고 실행에는 옮기지 않았던 오마이 뉴스 시민기자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이것마저도 거절당하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이 밀려왔지만 아직 벌어지지 않은 일이니 신경을 끄려 노력했다. 그렇게 새벽 1시에 서평을 완성해서 '기사 송고'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어제, 떨리는 마음으로 기사 상태를 확인해 보니 '버금'으로 채택되어 있었다. 여기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잠시 설명하자면, 오마이뉴스는 처음 가입 시 '생나무' 상태인데 정식기사로 채택되면 아래 등급에 따라 원고료가 지급된다.


잉걸 : 2,000원

버금 : 15,000원

으뜸(스타 톱, 스타메인박스) : 30,000원

오름 : 60,000원


수치로 평가당하는 데 상처받아서 글쓰기를 그만두려 했는데 채택되고 나니 또 기분이 좋다.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글을 쓰는 동안은, 아니 살아가는 동안은 내내 수치로 평가당할 수밖에 없겠지만(다른 직업도 마찬가지이니)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가보련다. 남들보다 느리더라도, 그만두지만 않으면 지금보다 더 나은 곳에 가 닿겠지.


PS. 오마이뉴스에 채택된  기사도 함께 첨부합니다.


http://omn.kr/228p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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