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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Dec 09. 2022

이제는 한 물 간 단어? 소확행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옆 나라 작가인 무라카미 하루키가 자신의 수필집인 <랑겔한스 섬의 오후>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알려진 이후 한동안 유행하다 요즘은 시들해진 말. 어느 순간부터 작은 행복만을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자포자기한 젊은 세대의 처지를 보여주는 말로 자리매김하면서 부정적인 뉘앙스를 갖게 되었다.


그런데 오늘처럼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과, 얼마 전 다이소에서 집어온 크리스마스 가랜드와 리스가 함께 어우러지는 풍경을 볼 때 마음에 잔잔하게 퍼져나가는 감정을 설명하려면 이 단어 말고는 달리 떠오르는 말이 없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 속에서 지갑을 열고 싶게 만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보이지만, 사봤자 자리만 차지하고 예쁜 쓰레기가 될 게 뻔해서 소비 충동을 다스리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 장식도 없이 그냥 넘어가긴 아쉽던 차에 다이소를 방문했다가 소소한 물품 몇 가지가 눈에 띄어 집어왔다. 부피가 작고, 개당 몇천 원 밖에 안 하는 부담 없는 가격이므로 구매에 이르기까지 심리적 저항이 적었기 때문이다. 한 철 잘 사용하고 상자에 넣어두었다가 다음 해 다시 재사용을 하면 되니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이기까지.(아, 이건 너무 나갔나.) 어쨌거나 최근에 구매한 물품들은 가격 대비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3천 원에 구입한 전구를 다 마신 와인 병에 칭칭 감은 후 불을 켜 놓으니 탁자 위에 별들이 내려앉은 것 같다. 이건 요즘 새벽 기상을 할 때 간접조명으로 잘 사용하고 있다.




천사 조각상과 크리스마스 리스를 함께 놓으니 holy 한 분위기의 데코가 완성되었다. 그동안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홀대받던 아기 천사님들이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소확행. 얼마 안 되는 돈으로 연말 기분을 내고 나니 이제는 유행이 지난 이 단어가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처음 사용했을 때는 큰 행복은 포기하고 작은 행복만을 선택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에서 마케팅 목적으로 남용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보다 큰 행복이나 욕망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당하지 않는 가운데, 일상에서 쉼이나 안정이 필요할 때 소확행을 '선택'할 수 있는 사회로 바뀌길 기대해 본다. 그때는 이 단어를 지금보다는 편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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