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밤이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인 '웬즈데이'를 한참 보고 있는데 카톡 메시지 알림이 떴어요. 가깝게 지내는 한 브런치 작가님이 보낸 메시지였어요. 창을 열어 확인해보니 제가 얼마 전에 쓴 글이 다음 메인을 장식했다는 소식과 함께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었어요. 어쩐지 브런치 앱에서 계속 알림이 울리더라니. 앱을 켜서 확인해보니 조회수가 1만 회를 넘어서고 있었어요. 모르고 넘어갈 뻔했는데 고마운 이웃 작가님 덕분에 다음 메인에 뜬 글을 캡처할 수 있었어요.
사실 예전에도 몇 번 조회수가 폭발한 적이 있기는 해요. 1년 7개월 정도 브런치 작가로 지내온 경험을 돌이켜볼 때대부분의 작가들에게 초기에 알고리즘이 한두 번 정도의 메인 노출 기회를 주는 것 같아요. 초보 작가가 의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겠죠.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구독자를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브런치 활동을 시작할 수 있지만 제 경우엔 안타깝게도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어요. 글을 읽어주신 분들이 남긴 댓글에 답글로 소통하는 것이 당시의 제 심리 상태로서는 버거웠거든요. 게다가 다른 SNS나 블로그에서 제 글을 홍보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죠. 그렇게 어설프게 시작한 브런치는 저조한 반응으로 인해 그나마 얼마 없던 의욕을꺾이게 만들었고 코로나 블루까지 겹치면서 중간에 9개월 정도의 긴 글태기를 겪게 되었어요.
올해 7월, 슬럼프에서 벗어나면서 마음을 다시 정비했어요. 애초에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가 순간순간 경험하고 느낀 것을 글로 적으면서 삶에서 아주 작은 의미라도 찾기 위함이었으니 남들의 반응이 없더라도 그냥 해보자고. 그렇게 다시 돌아온 브런치에서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덕분일까요. 예전에는 홀로 섬처럼 글을 썼다면 요즘에는 조금씩 반응이 늘면서 왕래하는 작가님들도 생기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씩 1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는 글들도 생기기 시작했고요. 브런치 통계에는 유입경로가 '기타'로만 표시되기 때문에 어디서 유입된 것인지 확인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다행히 다음 메인에 걸린 글을 캡처할 수 있었어요. 브런치 작가라면서 그동안 다음 메인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않았던 무심함을 반성합니다.
주말 동안 한참 조회수가 오르던 글이 어제는 주춤하길래 메인에서 내려간 줄 알았는데 오늘 다시 조회수가 올라서 확인해보니 다음 메인 '홈&쿠킹 인기 BEST 7'에서 3위에 올라 있네요. 조회수나 구독자수를 염두에 두고 시작한 건 아니지만 남들이 많이 읽어주니 좋긴 하네요. 브런치에 글 쓴다고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저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잖아요. 사실 살짝 지쳐있던 순간에브런치에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에요.
참, 메인에는 올랐지만 아직 구독자수가 드라마틱하게 늘지는 않았어요. 글을 읽고 브런치 회원가입을 하고(비회원의 경우) 구독과 라이킷을 누를 정도로 제 글이 매력적이지 않은 걸 수도 있겠죠. 사실 브런치는 블로그나 SNS에 비해 구독과 댓글 수에서 박하기는 해요. 그만큼 기준이 높고 만만치 않다는 뜻이기도 하겠죠. 어쨌거나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해보려고 합니다. 일상의 빛나는 순간을 낚아 올려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전하는 글을 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