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볕 Nov 23. 2022

요즘 귀하신 몸


찬바람 부는, 가슴에 삼천 원쯤 다녀야 하는 계절이 돌아왔다. 해마다 이맘때면 붕어빵과 호떡으로 심심한 입을 달래곤 했는데 요즘 들어 동네에서 노점을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식용유, 밀가루, 팥소 등 원재료값이 오른 것이 원인이라는데 일상의 작은 즐거움이 사라진 듯하여 서운하차에 오늘 반가운 초록색 천막을 발견했다.


"자기야, 저거 호떡 맞지?"

"어, 그런 것 같은데."


남편도 오랜만에 보는 호떡 노점이 반가운 눈치다. 저녁을 먹으러 가던 길이라 살까 말까 망설이다 요즘 보기 힘든 귀하신 몸을 발견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한 개씩 맛보기로 한다. 가격을 확인해보니 개당 천오백 원. 붕어빵도 요즘은 개에 천 원인 곳이 늘고 있다던데 고물가를 피부로 느낀다.


호떡 두 개를 포장해서 식당으로 향했다. 주인아주머니에게 양해를 구하고 앞접시를 빌려 호떡을 담았다.


"아이고, 이걸 먼저 드시면 어떡해요. 음식이 맛없을 텐데."

"괜찮아요. 호떡 먹고 밥 먹으면 단짠단짠이라 더 맛있어요."


정하는 아주머니에게 남편이 웃으며 답한다. 오랜만에 보는 녹차 호떡. 바삭한 겉면을 베어 무니 익숙한 맛이 입 안을 채운다. 먹고 냅킨으로 손을 닦고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애피타이저 맛있었어?"

"응, 맛있네."

"호떡이 왜 맛있을까?"

"왜긴. 호떡이니까 맛있지.(흠... 말을 말자 --;;)"


사실 밀가루, 설탕, 기름이 범벅된 호떡보다  맛있는 것들이 많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겨울엔 길거리에서 파는 이런 간식들이 가장 끌린다. 시린 발을 동동거리며 친구와 노점에서 설탕 잼이 뚝뚝 떨어지는 호떡을 먹고 뜨끈한 어묵 국물을 마시던 밤, 따뜻한 붕어빵이 가득 담긴 종이봉투를 품에 안고 언 손을 녹이며 집으로 향하던 또 다른 밤. 코끝에 겨울 냄새가 느껴지는 이맘때면 자동으로 재생되는 장면들이다.


붕어빵 완제품과 호떡 믹스를 사서 집에서 손쉽게 해 먹을 수도 있지만 굳이 길거리에서 파는 걸 찾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켜켜이 쌓인 추억 때문이 아닐까. 광화문 골목의 한 밥집에서 남편과 마주 앉아 호떡을 먹은 오늘도 겨울마다 반복해서 재생되는 한 장면이 될 것 같다.



관련 글 >>>

https://brunch.co.kr/@springsunshine/123









매거진의 이전글 안녕, 나의 이탈리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