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으로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눈을 뜨니 크리스마스이브이다. 코로나 확진 후 자가격리 2일 차. 좁은 방에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크리스마스 기분을 내기 위해 캐럴을 틀어 놓는다.
남편이 약 먹어야 한다면서 아침상을 차려 방에 넣어준다. 어묵 두부 된장국에 우엉 볶음에 올해 담근 김장김치에 감자채 볶음. 평소에는 냉장고에 뭐가 있는지도 잘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없으니 반찬을 잘 찾아서 내온다. 계란 프라이도 하나 해줄까,라고 묻는데 입이 깔깔해서 생각이 없다. 있는 반찬으로 대충 아침을 먹고 입에 약을 털어 넣는다.
약기운이 도니 그나마 좀 나아져서 글을 쓰고 있다. 어제는 잠깐 괜찮더니 오늘은 침 삼길 때 목이 아프고 허리 쪽에 콕콕 찌르는 통증이 느껴진다. 길고 가늘게 솟았다가 팽그르르 돌며 내리꽂는 것 같은 통증. 처방약으로는 잘 안 잡혀서 타이레놀을 추가 복용해도 될지 병원에 문의한 상태인데 의사한테 물어보고 연락 준다더니 아직까지 답이 없다. 코로나와 독감 유행으로 환자가 많다 보니 병원도 바쁜가 보다. 아픈 사람들과 휴일에도 나와서 일하는 병원 직원과 주말 내내 병수발하면서 보낼 남편 모두가 안쓰럽다. 귀찮을 법도 한데 그런 내색 하나 없이 살갑게 챙겨주는 남편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누나, 코로나 걸리면 원래 넷플릭스 정주행 하는 거야. 푹 쉬면서 보고 싶은 거 잔뜩 봐."
코로나 선 경험자인 남동생이 덤덤하게 건넨 위로대로 어제는 <굿윌 헌팅>을 봤다. 예전에 볼 땐 지루했는데 오랜만에 다시 보니 좋네. 젊고 풋풋한 맷 데이먼과 이제는 고인이 되어버린 그리운 로빈 윌리엄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영화. 불우한 성장과정을 거친 수학천재가 MIT 수학과 교수 램보와 심리학 교수 숀을 만나면서 천재성을 인정받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게 되는 이야기이다. 요즘은 이런 따뜻한 영화가 좋다. 오늘은 또 뭘 보지?
똑똑! 남편이 방문을 두드리더니 레몬밤티를 넣어준다. 자가격리 중인 크리스마스이브지만 따뜻한 차와, 노트북으로 듣는 캐럴과, 넷플릭스와 그리고 다정하게 위로하고 챙겨주는 사람들이 있어서 견딜만하다. 건강할 때는 곁에 있는 사람들의 소중함을 잘 못 느끼는데 아파보면 확 느끼게 된다. 낫고 나면 더 잘해야지. 이렇게 또 철들게 되나 보다.반갑지 않은 코로나가 내게 크리스마스선물을 남길 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