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것이 주는 행복

일상 속 숨은 보석 찾기

by 봄볕


재작년 보라카이 여행에서 기념품으로 비누를 샀다, 관광객이 주로 사는 노니 비누 말고 현지인이 즐겨 쓰는 비누를 사고 싶어서 마트에 들렀다가 유기농 재료로 만들었다는 파파야 비누를 발견했다. 필리핀 사람은 하얀 피부를 선호해서 미백 효과가 뛰어난 파파야를 미용 제품에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섬나라의 뜨겁고 강한 햇볕에 그을린 내 피부에도 좋을 것 같아 몇 개 구입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어딘가 구석에 박아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마침 사용하던 바디워시 제품이 떨어져서 생각난 김에 방치해뒀던 파파야 비누를 찾아내었다. 그런데 이거 의외로 물건이다. 물을 묻히면 몽글몽글 거품도 잘 나고 참 촉촉하다. 욕실에 들어갈 때마다 상큼한 비누향이 기분 좋게 반겨주고 화사한 주홍빛 색깔이 눈을 즐겁게 한다. 덕분에 매일 별생각 없이 행하는 씻는 행위가 조금은 더 즐거운 일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생활 속 작은 즐거움은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몽롱한 아침 출근길에 마시는 아메리카노 한 잔이나 노곤한 날 피로를 풀어주는 반신욕은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그 만족감을 알리라 생각한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꼼지락대며 책을 보거나 좋아하는 유튜브 채널을 감상하며 평화롭고 조용한 밤을 보내는 것도 내가 좋아하는 일 중의 하나이다. 또한 금요일 저녁 집에서 영화를 보면서 치킨과 맥주를 즐기는 것도 힘든 한 주를 보낸 나에게 주는 작은 포상이다.


생각해보면 20-30대의 나는 늘 뾰족하고 날이 서 있어서 이런 즐거움을 누리지 못했던 것 같다. 완벽주의가 심해서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밥도 먹는 둥 마는 둥 해서 살이 빠지고 한층 예민해졌다. 컨디션이 안 좋으니 일하면서 더 스트레스를 받았고 퇴근 후에는 지쳐서 취미 활동할 기력도 없었다. 주말은 잠자다가 다 보냈고 그 이후 맞는 월요일은 끔찍했다. 매주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었고 이로 인해 회사 이직도 잦았다.


나이를 먹는 것의 좋은 점은 차츰 조급함을 내려놓고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게 된다는 점이다. 남과 비교하며 더 잘하려고, 더 인정받으려고 애쓰던 것을 멈추고 할 수 있는 만큼만 최선을 다했다. 그러다 보니 조금씩 주변을 돌아보며 소소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는 여유도 갖게 되었다. 이런 인식의 전환 덕분에 매일의 일상이 좀 더 새롭게 느껴지고, 긍정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다.




요즘 브런치에 주 1-2회 에세이를 올리고 있다. 글을 쓰니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관찰하게 되어, 밋밋하게만 느껴지던 일상도 알록달록 예쁘게 보인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힘들다면, 주변을 새롭게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숨어 있던 작은 보석이 저마다의 모양과 색깔로 우리의 삶을 한층 아름답게 빛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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