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것에 관한 고찰

: 우리는 저마다 고유의 세계를 가지고 있다

by 봄볕


오늘도 거울을 보니 흰머리가 조금 더 늘었다. 예전에는 촉촉하니 잘 받던 화장도 이젠 기초 메이크업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화장이 들뜨지 않는다. 나이 앞에 4자를 단 뒤로는 빼도 박도 못하고 중년임을 인정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아직도 어린 시절의 기억이 머릿속에 생생한데 세월은 참 무상하게 빨리도 흐른다. 그립기도 하고 가슴 아프기도 한 여러 기억들… 점점 노화의 징후가 보이고 겉으로는 어른인데 아직도 내면은 충분히 성숙하지 못한 데서 오는 괴리감이 크다.




요즘 들어 ‘산다는 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난 어릴 때부터 조금은 별난 꼬마였다, 하늘을 쳐다보며 ‘난 왜 태어났을까?’, ‘왜 어른이 되어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막연히 어른이 되는 것에 대해 두려움을 느꼈던 것 같다. TV에서 결혼식 장면을 보면 이유 없이 슬퍼졌고 어린 내게 결혼은 어른이 되는 관문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인간은 생로병사를 겪는 존재이므로 어른이 되면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필연적인 이별을 맞이하게 되고 여러 가지 복잡하고 고달픈 일이 펼쳐질 수도 있다는 걸 어슴푸레하게나마 깨닫고 슬픈 감정을 느꼈던 것 같다.


사람이 태어난다는 건 하나의 새로운 세계가 탄생하는 것이다. 아기가 태어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가. 아기는 처음 세상에 나올 때 힘찬 울음을 터뜨리며 생애의 시작을 알린다. 안락한 엄마의 뱃속에서 나와 낯선 세상과 조우하는 불안감을 본능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리라. 이제 아기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며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갈 것이다. 처음에는 가족의 도움으로 살아가지만 언젠가는 자신의 두 발로 딛고 일어서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다른 이들과 비교하며 상처를 주기도, 때로는 받기도 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우리에게 정형화된 성공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 기준에 미달되면 패배자가 된 듯한 자괴감에 시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저마다의 세계는 고유하며 비교 불가하므로, 세상의 잣대를 가지고 스스로 깎아내릴 필요는 없다. 자신의 속도와 방식대로 끝까지 완주하면 되는 것이다.




인간의 사유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 단지 생물학적 수정 작용이 아닌 - 어떤 우주의 법칙에 의해 우리는 이 세상에 태어났다고 본다. 저마다의 시간이 주어졌고 인생의 시계는 매 순간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다. 일상이 힘들고 고달플 때 ‘왜 태어나서 이 고생일까’라고 한탄하기보다는 자신의 세계를 최대한 아름답게 가꿔 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삶은 우리의 영혼이 성숙해지기 위한 과정이고 세상은 그런 과정을 겪어내는 시험의 장이라 여겨진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 새삼 부끄러워진다. 마음을 잘 다스리다가도 작은 일에 발끈하거나 물질적인 욕심에 금세 눈이 어두워지는 내 모습이 떠올라서다. 부족한 모습을 인정하고 매일 조금씩 성숙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언젠가 나만의 레이스를 끝내고 세상과 작별할 때 “참 애썼다.”라고 말하며 후회 없이 홀가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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