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밤 May 28. 2019

오른쪽과 왼쪽의 물고기를 키운 옛날 옛날의 물

시간 내내 양 볼을 세차게 지나간 물을 생각했다


이마에 세로의 금이 생기며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 수 있었다


옆의 아주머니가 속삭이시기를, "스노쿨 장비요. 투사라는 브랜드 것이 좋대요, 옥션이 제일 싸요."수업이 끝나기 전 어떤 영화의 힌트처럼 아주머니는 필요한 장비를 귀띔해 주셨다. 자세 교정을 위해 스노쿨을 장비를 사용한다고. 찾아보니 투명한 플라스틱도 있고, 알루미늄 재질의 것도 있는데, 아주머니가 귀띔해주신 물건은 후자였다. 금관악기처럼 생겨서 물속이 아니라면 얼굴에 쓰는 일이 기이하게 생긴 물건이었다. 그건 방에 혼자 있어도 마찬가지였다.


시험 삼아 한 번 써봐도 좋았을 텐데
슬쩍 대보고 내려놓은 이유는



그건 얼굴을 내려놓는 일. 불렸던 이름 역시 옆에 가지런히 놓고. 물속에서도 숨 쉬는 태세로 돌입하자는 의미였다. 혼자 있는 방이라도 공기는 쉬웠고 나는 여전히 나여서, 수영장에 가기 전에 그냥 한 번 써보자는 일도 하지 못했다.



스노쿨의 긴 대롱은 멋진 금색인데, 그걸 얼굴로 가져가면 엄지손가락만 한 두께의 금색선이 입부터 이마까지 가로지른다. 머리 위로 멋지게 휜 각도. 이마 위에 숨구멍이 있는 돌고래의 기분도 슬몃 느낄 수 있다. 머리로 숨을 쉰다는 거지. 이것으로 이제 입이 물아래에 있어도 숨이 가능해진다. '입이 물아래 있어도.'


이제 입이 물아래에 있어도
숨이 가능해진다.
'입이 물아래 있어도.'


수영을 처음 배울 때 코와 입의 호흡을 분리하는 일을 연습한다. 물속에서는 코로 숨을 내뱉고, 물 밖에서 입으로 숨을 마신다. 



코와 입을 분리하는 호흡을 하다가 오로지 입에게만 숨을 맡기는 일은 하나 둘 맞춰 걷던 걸음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걸음을 배우는 것과 같아서, 어떻게 걸어야 할지 두 다리를 갖고서도 망연자실하게 서 있던 옛사람의 심정으로 데려다.



오로지 입에게만 숨을 맡기는 일은
하나 둘 맞춰 걷던 걸음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걸음을 배우는 것과 같아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쉬지 않으면 숨이 밀어 지지 않아. 이때 코는 숨을 쉬지 말 것. 코가 있기 때문에 코를 쓰지 않을 수 있다. 코코코, 입입입, 눈눈눈. 잠시 멈춰야 했던 작은 놀이를 생각하고, 그때처럼 약속을 잘 지키는 얼음이 되어 스노클에 숨을 불어 넣는다.





마침내 금관 악기를 닮은 스노클 본래의 의도, 바른 자세. 이마에 세로의 금을 그리고 수영을 하면 고개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알 수 있다.



아주 단순하게 곧게 뻗은 레인을 그저 가면 되는 일이 쉽지않다. 지그재그로 하고 있는지 알기 쉽지 않다. 그러나 크고 확실한 금이 내 얼굴에 생겨 이따금 오른쪽으로 돌아간 고개, 팔이 늦게 돌아와서 왼쪽을 보고 있는 고개가 보였다. 똑바로 몸의 가운데에 있으려면 몸 전체에 힘을 더 내야했다.   



물을 뒤집어쓴 얼굴로 샤워장에 걸어다. 지금도 아마 조금 기운 어깨, 얼굴, 마침내 이마일텐데. 오른쪽과 왼쪽의 물고기를 키운 옛날 옛날의 물을 생각했다.


시간 내내 양 볼을 세차게 지나간 물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