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맨 처음이 아마
초등 시절 은사님이신 최영재 선생님을 알고부터일 것이다.
운 좋은 친구들은 두세 번씩 최 선생님의 담임반이 되었지만
늘 '옆반 아이'였던 나는 선생님이 쓰신 동화 <별난 가족><별난 국민학교>를 읽으며
(이용악의 표현이지만) 도토리의 꿈을 키웠다.
열 살 전후 선생님 카드를 받는 친구들이 못내 부럽던 나는
배도 아프고 속도 상하고 했었는데
아이들이 그렇게 자라듯 또 오래 잊고 지냈었다.
우연히 딸내미 읽을 책을 찾다가 선생님 생각이 나서 검색을 해 보니
칠순이 지나신 지금까지 동시를 쓰고 계셨고
많은 책이 절판이었지만 근간 도서들이 꽤 있어 주문해 아이에게 읽어주기도 했다.
책이 재미있다고 자기에게 주면 안 되냐는 아이에게
"이건 아빠 선생님 책이라 아빠 책이지만 지민이 줄게"
하고 인심 쓰듯 딸에게 건넨 순간의 기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책에 이메일 주소가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팬레터(?)를 보내고 답신을 받았다.
책을 보내주신다 하여 염치불고하고 딸내미 이름을 적어주십사 부탁을 드렸는데..
책과 함께 이런 아름다운 손편지를 받았다.
선생님의 글로 자란 내가 선생님의 글로 아이를 키울 만큼의 시간이 흐른 지금
선생님 책과 편지를 받고, 열 살 때 참은 울음을 이제야 마음으로 운다.
너무나 자랑스럽고 행복한 기분을 담아 절을 올린다.
최영재 선생님 감사합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 210606
(작년에 페북에 써 두었던 글인데, 초등 시절 기억을 꺼내기 위해 가져와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