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기억이란 무엇일까.
사진으로 고정되어 있던 풍경들이 갑자기 움직이며 앞뒤에 이야기가 덧붙는다.
네 살 무렵의 나, 동네 사진관의 가죽 소파에 앉아 있다.
아주 노인이 될 때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니셨던 사진관 아저씨가 앞에 있다.
커다란 조명이, 시커멓고 무섭게 생긴 카메라가 앞에 있다.
자꾸 눈을 감는다고 여러 번 찍는다.
난 이 사진이 그때 찍힌 것이라 믿고 있다.
더 어릴 적 사진도 있지만, 그것들은 기억이 난다고 우기지 못한다.
어떤 기억들이 무의식 속에 숨어 있는지 알 수 없을 뿐더러
떠오른다 해도 다 적을 수 없고, 다 적고 싶지도 않겠지만
자서전 비슷한 것을 써 보려고 하니 어쨌든 첫 기억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
그렘린 같은 귀, 고집스레 다문 입술, 갈매기 눈썹, 좁은 어깨..
사십대 중반인 지금까지 그대로 가지고 있는 것들이 사진 속에 있다.
저 시작으로부터의 일들,
시간의 책장에 꽂혀 있는 기억들,
빛나지 않아도 괜찮았던 많은 것들을
가끔 생각하기로 한다.
- 22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