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변진한 Jul 12. 2022

물놀이

딸내미 두세 살 무렵 처음 아이를 데리고 바닷가에 갔을 때의 일

발바닥이 모래에 닿자 마자 자지러지게 우는 바람에

수영은커녕 발도 담가 보지 못하고 바닷가에서 철수한 적이 있다.

그때는 정말 미안하게 생각했다. 

아, 우리 딸이 나를 닮았구나.


어릴 적에 물놀이라는 걸 해 본 적이 없어서인지 나는 지금도 물이 편하지 않다.

동네 아이들이 모여 한강 수영장을 간다나 어쩐다나 할 때도 따라가지 못했고

홀어머니인 노모가 나를 계곡이나 바다로 데려간 적도, 아니 데려가려 한 적도 없었다.

신혼여행 때는 아내가 바다에서 나를 밀어 중심을 잃고 익사하는 줄 알았는데

일어나 보니 물이 허리까지밖에 오지 않아 두고두고 놀림을 받고 있다.

어쨌든 무릎 아래까지 오는 계곡이나, 바다에서 발목 담그는 정도를 제외하면

나에게 물놀이란 여전히 힘겹게 노력해서 버텨야 하는 일.


모래의 감촉에 소스라치던 딸은 다행히 아빠보단 나아서

여덟 살이 된 지금은 튜브를 끼고 둥둥 잘 논다.

입술이 파래질 때까지 놀고도, 이제 가야지 하면 아쉬워한다.

아직 수영을 하지는 못하지만 가르치면 할 것도 같다.


운동신경이 있어보이지 않는 건 여전히 아빠를 닮은 것 같지만

다행히 이젠 그렇게 미안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아이는 내가 넘지 못한 허들을 훌쩍 넘어, 이미 저만치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 220712


작가의 이전글 세발자전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