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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15. 2021

Just Do It - 하기나 해

나의 20대를 만든 8가지 직업 01 - 시작하며 

뉴욕의 대형 로펌 변호사

나는 현재 뉴욕의 한 대형 로펌에서 M&A 어쏘 (Associate)으로 일하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입사해서 일한지는 2년 8개월이 되었다. 회사에서 어느 정도 근무한 분들이라면 느낄텐데 2년 8개월은 절대로 짧은 기간은 아니지만, 또 어디에 나가서 자랑스럽게 얘기하기에는 뭔가 부끄러운, 그런 정도의 기간이다. 그러기에 지금은 3년차라는 타이틀이 익숙해지고, 4년차라는 타이틀이 무서워 지고 있는, 아직은 사회초년생이라고 스스로를 인식하는 변호사이다. (실제로 이 시리즈를 마무리 하는 지금은 일한지 3년 2개월이 지난 4년차이다. 그리고 나는 더 이상 20대가 아니다..!)


연봉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연봉을 언급할 수 밖에 없는데, 나는 상당한 이상주의자 (INFJ) 임에도 불구하고, 직업을 선택할 때 연봉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정이 있으면 돈이 뭐가 중요해!"라고 외치던 내가 연봉이 중요하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계기가 있었다. 나는 지금은 혼자 살지만, 뉴욕의 첫 2년은 동생과 함께 살았었다. 내가 딱 2019년 중순 쯤 동생에게 "난 이 직업이 정말 잘 맞는 거 같아"라고 얼마나 이 일이 나의 성격과 성향에 맞는지, 현실적으로 월급을 받으며 선택 할 수 있는 직업 중 나와는 이게 제일 잘 맞지 않았을까 이렇게 얘기를 하던 도중 동생이 나를 빤듯이 보더니 "Would you say the same thing if you got half of your salary? (언니 연봉이 지금의 반이더라도 같은 얘기를 했을까?)" 라고 얘기를 했을때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동생은 나와 완전히 반대인 ESTP이고, 그리고 그 안에서 S도 극! S이다).


그렇다. 어느 직업이든, 일이 아무리 즐거워도 혹은 보람있어도 내가 들이붓는 시간과 정성, 즉 인풋 (input)에 비해 아웃풋 (output)이 적다면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아웃풋은 단순하게 정리하자면 (이렇게 단순하지 않은 것이 어려운 것이지만) 연봉, 이 일을 통해 얻는 자기계발,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의 인맥, 사회의 시선, 그리고 이 일이 열어주는 다른 기회들 (흔히 "exit option"이라 얘기한다) 정도로 생각할 수 있겠다.


지금 나의 연봉을 환률로 계산하자면 2억5천이 조금 못 된다. 이것은 워낙 대중에게 알려진 정보라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 (나중에 로펌에서의 삶에 대해 더 자세히 얘기할테지만, 미국에서 100위 안에 드는 대형 로펌들은 모든 어쏘들이 연차로 나누어지며, 그 연차별로 연봉이 일정하게 같다. 그리고 그 일정하게 같은 연봉은 사실 온라인에 누구나 알수있게 자세하게 나와있다). 


물론 이것이 다 생활비가 되는 것이 아니다. 먼저 연방정부에게 30-35%를 줘야하며, Social Security Tax, Medicare Tax, 그리고 New York State Tax, New York City Tax 를 포함하면 15-20% 정도 된다. 거기에 401(k)라는 국민연금 비슷한 개념의 투자를 할 수 있는한 많이 하는게 유리하기 때문에, 그걸 또 8-10% 미래에 투자하면 남는 돈은 비싼 뉴욕 렌트비와 생활비에 거의 대부분 나가게 된다.


가끔, 스시집에서 쟁반 나르던 때가 그립다

사람들이 무엇을 하냐고 물으면,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라고 말한다. 나는 사실 내 일을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는 편인데 그럼에도 변호사라고 말하는게 가끔 꺼려진다. 지금 내가 이 일을 하고 있고, 연봉도 높고 편안한 삶을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변호사라는 직업에서 사람들이 상상하는 모습이 내 진짜 모습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 정확한 표현은, 변호사라는 직업은 나의 극한 일부일 뿐이다.


20대의 나는 다양한 경험을 했었고, 그 경험을 통해서 내가 누구인지 더 잘 알게 되었다. 무엇이 나와 맞고, 무엇이 나와 맞지 않은지. 난 무엇을 할때 가슴이 뛰고, 무엇을 할때 지루해 하는지. 그리고 즐거운 상황에도 나를 힘들게 하는 요소가 있다면 무엇인지. 다양한 경험들과 이런 깨달음들은 내가 사회에서 어떤 출발점에 서 있는게 좋을지, 내 이력서에 올릴 첫 직장으로 무엇이 가장 좋을지 고민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물론 이 직장/알바들 뿐만아니라 그런 사이 틈틈히 읽었던 책들 또한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무엇이 나에게는 협상불가 아이템 (non-negotiable item)인지 알아차리게 해주었다.


20대의 나를 만든 8가지 직업을 소개한다:


1. 듀크 대학교 도서관의 Foreign Books Cataloger (도서관 해외 도서 카탈로그 작성자/도서관 알바생)

2. 듀크 대학교 교육심리학 연구소, 뇌과학 연구소, 그리고 비즈니스 스쿨안의 심리학 연구소의 Research Assistant (연구 조수/조교)

3. 영어 선생님

4. Waitress (서빙 알바생)

5. 과외 선생님

6. Nevada Attorney General Fraud Department Legal Intern (네바다 주 법무장관 인턴)

7. 로제타 스톤 (언어 배우는 프로그램 회사)의 법무 인턴

8. 대형로펌 국제 변호사


이 시리즈의 목표

짧은 시리즈를 통해 내가 경험한 여러 직업들을 소개하고, 그 직업들을 통해서 내가 얻은 "나에 대한" 고찰, 그리고 "나는 그럼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라고 고민에 내린 답을 나누는 것이 내 목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은, 작가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나누고 독자는 그걸 읽으며 자신에 대한 고찰을 하게끔 만드는 글인데 이 시리즈를 읽는 분들도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직업은 무엇인지,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추구하는지 생각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만약 20대에 접근하는 대학생들이 있다면 나의 작은 고찰들을 읽으며 무작정 이것 저것 해보는 것에 두려워 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국에 유학 와 보는것도,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잠시 일하다 가는 것도 두려워 하지 않았으면 한다. 한국에는 너무나 재능 많은 사람들이 많고, 기회는 세상에 있는 것이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인 그레이의 "하기나 해", 나이키의 로고인 Just Do It에서 이 시리즈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너무 많은 고민, 너무 많은 생각하지 말고 일단 무엇이든 시작부터 했으면 합니다. 먼저 경험을 하고 나면, 하나라도 얻어가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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