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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n 13. 2022

제발 적당히 하자

직장인, 다시 공부합니다 05 - 죽기 살기로 공부하는건 이제 그만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는게 조금씩 지쳐간다. 


내 기준에 그렇게 열심히 하는것도 아닌데, 내 몸이 벌써 여러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일단 살이 4키로 쪘으며 (충격받고 부랴부랴 빼서 글을 쓰는 지금 이 상황에서는 2키로를 뺐다) 호르몬성 여드름이 하나 둘씩 턱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순수 공부시간을 보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다. 일을 하는 평일엔 2-3시간씩 공부하고, 일을 안하는 날들은 6시간에서 8시간 정도를 공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렇게 공부양이 적을수록 마음이 불안해진다.

틈틈히 공부했던 흔적


일하는 평일에도 점심시간이나 업무가 없는 시간에는 카페로 나가서 공부를 하려고 노력했다

어쨌든 공부를 많이 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확실히 내 몸에서 이상신호를 보내는 이유는 이렇다. 일단 일하기 전 아침이나 일 끝난 저녁에 운동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공부를 해야 된다는 압박감에 운동을 하지 않는다 (샤워까지 생각하면 기본 한시간 반은 소모하니). 그렇다고 해서 공부를 시작해도 집중이 잘 되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속도가 아주 더디게 나간다.


그렇게 속도가 더디게 나가면 저녁 11시나 12시 - 취침시간이 다 왔는데도 그래도 못한 공부를 15분 정도 더 하려는 생각에 결국 책상앞에 앉아있다 새벽 한시나 두시쯤에 잠이 들게 된다. 그러니 피부가 제대로일 수가 없다.


예전에는 이렇게라도 꾸역꾸역 공부를 하면서 그래도 목표한 것들을 다 끝냈다면, 이제는 그럴수없다. 뉴욕 변호사 시험을 공부했을때가 2018년이다. 4년 전이었고 그때나는 20대였다. 그럴만한 에너지가 있었다. 캘리포니아 변호사시험은 뉴욕시험보다도 공부할 시간이 적으니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해야하고 순수하게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3주밖에 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더 부담이 되고 불안한건 사실이지만, 이제 더 이상 그때처럼 "독하게" 공부하고 싶지 않다.


사실 나는 독하다는 말을 좋아하는데, 한국 사회에서 이 표현은 부정적이게 사용되지만 나는 그 바탕은 "열정적이다" 그리고 "멘탈이 강하다"와 같다고 생각한다. "외유내강"의 이 "강함"도 독함과 일치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매사에 느긋한 사람도 어떤 분야에는 (음악이든, 스포츠든) 분명 엄청난 열정을 가지고 대하는 태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나는 항상 독하게 공부했던 것 같다. 뉴욕 변호사 시험을 공부할 때는 3개월 동안 거의 매일 아침 도서관에 가장 첫번째로 도착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서 내 발걸음과 함께 불이 하나 둘 씩 켜지는 기분이 굉장히 좋았다. 12시까지 쭉 공부하고, 잠깐 점심을 먹으러 나온 뒤, 다시 1시부터 도서관 문이 닫는 5:30 까지 공부를 하고 잠깐 저녁을 먹고 또 7시부터 10시까지 그 날 공부했던 것들을 쭉 리뷰했다. 다시 돌아봐도 참 스스로가 대견하다.


그런 내가 이제 더 이상 "공부"에 대해서는 독해지고 싶지 않다. 공부의 기본이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게 얼마나 내 몸에 안좋은지 이제 직접 겪어보니 더 이상 그러지 못하겠다.


답답해서 오늘 저녁 11시에 런닝머신에서 뛰면서 다짐했다. 이번 여름, 내 목표는 "적당히"라고.


원하는 만큼 진도를 못나갔다고 해도, 나 스스로에게 적당하다고 얘기하고 잠 들기.

아침에 일어나서 바로 공부해야된다는 압박감을 버리고 내 건강부터 먼저 챙기기.


목표를 위해 지금의 나를 버리지 않기.


이렇게 해서 행여나 변호사 시험에 붙지 않는다고 해도, 괜찮다. 한번 더 기회가 있고, 그 기회마저 날려버린다 해도 나는 뉴욕에서 일을 할 수 있는 변호사다. 지금 가장 중요한건 내 건강과 매일 조금이라도 느껴야 하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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