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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바람 Jul 15. 2022

시험 2주 전 마음가짐은 언제나 불안

직장인, 다시 공부합니다 06 - 어떻게 사람이 쉬지 않고 살아

"근데 나 이번엔 패스 못할 것 같아."


"응. 알아, 그럴 수 있지."


"..."


"패스 못해도 괜찮아. 어떻게 사람이 9, 10년을 쉬지 않고 살 수 있겠어."



오늘 동생과 했던 전화 중.


***


로펌으로부터 정확히 28일을 받았다. 그중 공부할 수 있는 날들은 26일.


뉴욕에서 변호사가 된 지 3년 6개월 뒤, 나는 캘리포니아로 이사 왔고, 캘리포니아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려면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을 다시 봐야 하는 것이 법이다.


이직하는 단계에서 네고를 했던 것이 7월에 있을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을 위해 내가 4주 휴가를 받는 것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몰랐던 것은,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은 올해 7월 26일, 27일 있을 예정인데 시험 보는 날까지 그 휴가 안에 포함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로펌에서 정식적으로 변호사 시험 준비를 위한 휴가를 시작하는 날을 6월 30일로 정해주었다.


지난 글에서 썼지만, 이번 시험에 들어가는 마음 자세는 조금 달랐다.


여태까지 나는 한 가지 목표가 있으면 모든 것을 버리고 올인하는 스타일이었다. 고등학교 때는 대학 입시 시험을 위해, 대학교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그리고 로스쿨 준비할 때 또한 로스쿨 입시 시험 (LSAT), 로스쿨 안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 체력도 버리고, 여유도 버리는 그런 스타일이었다. 나는 실력파가 아니라 노력파라는 것을 뼛속까지 알고 있기 때문에, 타고난 머리가 없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남들보다 오래 책상에 앉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은 한 번 볼 것을, 나는 3-4번은 봐야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이번 시험을 준비하면서 그 엔진이 바닥났다. 다행히 동료 중 한 명이 내가 시험공부를 들어가기 전에 나에게 건네준 위로의 말이 있었다. "캘리포니아 시험이 어떻게 되든, 넌 이미 뉴욕 변호사라는 걸 기억해." 


저 말로 위안을 삼으며 준비했지만, 시험날까지 이제 11일 남은 상황에서, 나는 살짝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28일 받은 휴가 중, 4일을 시카고에서 보내게 되었고 일정 중 공부는 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10시간 넘게 공부해야 하는 상황에서 3시간 정도밖에 공부할 수 없었다.

시카고에서 일정은 Wheaton College에서 보냈는데, 오히려 기숙사 방에서 지내니 오랜만에 대학교 느낌이 났다. 3시간 공부했지만 오히려 집중은 나름 잘 되었다.

다시 캘리포니아로 돌아왔을 때 적어도 2-3일은 피곤함에 제대로 집중을 못하고 매일 목표로 잡은 것들을 끝내지 못했다.


어제 오늘 계속, 이러다 진짜 패스 못하겠다, 라는 생각이 든다. 안 그래도 공부할 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했는데, 너무 오랜만에 받은 휴가라서 개인적으로 조금 소홀했던 부분을 채우고자 이 휴가를 쓰고 있기 때문이다:


1) 로펌 3년 8개월 만에 나타나기 시작한 허리 통증 치료

2) 운동과 식단을 하며 체력 관리


사실 식단을 하려고 하니 하루 한 끼를 차리는데 드는 시간, 그리고 운동에 쓰는 시간이 합하면 3시간 정도 소모가 된다. 물론 요즘엔 운동하면서도 불안해서 심박수를 올리지 않을 때는 공부를 하기도 한다.


라미네이트를 하면 이렇게 칠판 마커로 중요한 부분을 표시해놓았다가, 바로 지우고 다음에 다시 또 새것처럼 읽을 수 있다.


누군가 보면 지금 이렇게 하는 내 모습도 엄청난 노력을 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2017년 여름에 뉴욕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던 때와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라서 사실 조금 두렵긴 하다.


죽기 살기로 하지 않은 건 처음이라 2주 뒤에 여기에 어떤 글을 쓸지 살짝 두렵다.


***


2017년 7월 8일, 뉴욕 변호사 시험 보기 2주 전쯤 내 개인 블로그에 썼던 글 (심지어 제목을 "이것보다 더 최선을 다하긴 힘들다고 생각하는데"라고 지었었다):


정말 최선을 다한다는 데의 한계를 느껴보고 있는 요즘이다.


정말 나 자신한테 주는 쉬는 시간 30분에 더 이상 할 것들이 없어져서 (요즘엔 영상 하나 보는 게 혹시나 distract 될까 봐 유튭도 안 본다) 이렇게 오랜만에 블로그에 들어와서 뭔가를 그냥 끄적이고 있다.

모의고사를 친 이후 나는 나름 엄청나게 속도 붙이면서 외울 건 외우고, 거의 깨어있는 모든 순간은 공부를 하거나 공부를 하기 위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커피를 가지러 간다던지, 화장실을 간다던지, 내 락커에서 책을 꺼내고 다시 자리에 돌아온다던지) 문제들만 풀면 성적이 원하는 만큼 안 나와서 속상하고, 문제 푸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속상하다.


오늘 특히 깨달았던 게 있다. 나는 이상하게 영어는 너무 꼼꼼히 한 문장도 여러 번 읽는데, 그 속도는 아무리 줄이려고 해도 줄일 수가 없어서 (또 실수를 유발 하수도 있으니까),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잘 치기 위해선 암기를 빠삭하게 잘하고 답에 나와있는 A와 B를 고민하는 순간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16일 남았다…


시험을 잘 칠 수 있을까 없을까 오늘 아침에 살짝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그 마음이 자리 잡기도 전에 그냥 시험을 통과하든 안 하든 16일 후에 이 모든 게 끝난다는 게 더 반가울 정도로 어제는 엄청 열심히 공부했다 (정말 아침부터 저녁 끝까지 계속 집중을 잘했지만, 나 자신을 몰아붙이는 게 느껴질 정도로 잠들기 전에는 어지러웠다). 어제 너무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오늘도 그만큼 공부할걸 생각하면서 도서관에 앉으니까 몸에서부터 거부반응이 나왔었는데, 결과가 어떻게 되든 16일만 버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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