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바람 Jul 20. 2022

여유로운 vs. 치열한

직장인, 다시 공부합니다 08 - 내가 되고 싶은 사람

"여유로운 사람" - 이런 표현을 들을 때 누구나 주변에 생각 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치열한 사람"이라는 표현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이다. 둘 다 누군가를 설명하기에 좋은 말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누군가에게 "넌 참 치열해" 혹은 "넌 참 여유로워"라고 말을 건넨다면, 나는 두 표현 다 칭찬의 의미로 건네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사람에게 두 가지가 다 공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매사에 치열한 사람은 여유로울 확률이 낮고, 여유로운 사람은 치열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주변에게 시간과 마음을 열여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치열함"은 특히나 이민 1.5세들에게 자주 보이는 특성인데, 나도 그중 하나다 (실제로 사회학에서 이민 1.5세들은 인생을 가장 열심히 사는 그룹으로 자주 연구가 되기도 한다). 낯선 땅에 와서 진짜 (개) 고생하는 부모님을 보며 동생과 나는 "우리가 이 순간 할 수 있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 밖에 없다"라는 마음을 먹었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로 자라왔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지금 누리는 많은 것들이 그때 그 시절의 치열함을 바탕으로 이룬 것이기 때문에 그 시절 나에게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언제쯤이었을까.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를 잡았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작년부터는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목표가 될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너그러워지고 싶었다.


로펌에서 일하는 변호사에게 딱 한 가지 없는 게 여유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6분 단위로 한 시간을 쪼개서 하루에 무엇을 했는지 기록해야 되는 사람들이다. 문서 작성 1.5시간, 클라이언트 콜 .4시간, 회의 1.2시간...


캘리포니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점점 시간에 관한 여유가 없어지는 나 자신을 보며 다시 한번 이게 과연 오는 3년 안에 가능할만한 목표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여유롭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려면 결국 다른 일을 찾아야 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도 든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모님께 위로를 찾으면 안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