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SF소설을 씁니다

글에 대한 고민은 끝났다. 이젠 링 위에 올라설 차례다.

by 스프라이트

브런치를 보면 글을 책으로 내고 싶은 사람들이 넘쳐난다. 모두가 할 말이 많은 시대다. 나도 별 반 다르지 않았다. 할 말이 많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글을 썼었다. 글에 댓글이 달리면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그것으로 족했다. 글이란 나에게 하루의 기분을 좋게 하는 생명수이자 자존감 채우미였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출판한다는 것을, 등단한다는 것을 꿈으로 남겨 놓으려고 했다. 내가 링 위로 올라가는 일은 없을 줄 알았다. 정확히는 그럴 줄 알았다. 취미로 남겨놓으면 도피처가 될 수 있으니까. 그러나 여름이 되면 바람은 특정한 바람이 불듯 내 인생에도 여름이 다가왔다.


계기는 사소한 곳에서 시작되었다. 어느 날 잠이 오지 않아 글을 썼다. 방식은 이렇다. 일단 익명의 아무나에게 키워드를 받은 다음에 아무 글이나 써 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감사를 늘어놓았고 나는 그 피드백 뽕에 취한다. 그렇게 쓴 글 중 하나에 댓글이 달렸다. "글을 잘 쓰시네요.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그렇게 알게 된 친구는 글을 업으로 했고 부업으로 에세이 분야에서 출판을 준비했다. 어찌어찌 연락처를 주고받고 인사를 나눴다. 그 친구는 곧바로 나에게 자신의 출판계획서를 보여주었다. 그 문서에는 동종 주제에 대한 에세이 분석과 목차 등, 구체적인 계획이 세세히 들어가 있었다. 나는 솔직히 할 말을 잃었다. 나는 글에 대해 막연한 꿈을 꾸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걸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는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현실과 출판사라는 링 위에서 쓰는 문법들과 동향을 연구했다. 이 친구는 실제로 자신의 꿈을 어떻게 물성화시킬 것인지 고민했다. 나에게 처음으로 여름 바람이 불었다.


나는 글에 노골적이 되고 싶어졌다.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시장에서는 어떤 글이 팔리고 있는지 교보문고에 가서 찾아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첫 번째로 사람들은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의 글을 읽지 않았다. 공신력 있고 유명한 저자의 에세이만 읽었다. 그게 아니라면 불쌍한 자기 자신에 대해 소위 토닥토닥해 주는 글들을 읽었다. 아니면 어른은 이래야만 한다는 처세술 섞인 인생 작법서를 읽었다. 거기서 내가 지금 어떤 글을 쓰려고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나는 방법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처음으로 링 위를 기웃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까지는 글에 대해서 칭찬만 받으면 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의 피드백을 필요로 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내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과 글에 대한 펜팔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첫 문장부터 내 글에 대한 고민을 늘어놓았다. 에세이를 쓰려고 하는데 방법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답신에는 '현재 에세이 시장은 스피커만 들어주는 시대입니다. 소설을 쓰시는 건 어떨까요?'라는 제안이 들어왔다. 일단은 이슬아 작가가 아닌 이상 에세이로 정면승부를 보기에는 힘든 세상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소설을 쓰겠다고 마음먹었다. 이제까지의 내 글은 나의 삶을 기반으로 한 에세이였지만 처음으로 가상의 세상을 상정하기로 했다. 그러던 중 친구는 SF공모전이 있다고 알려주었다. 만났을 때 지나가듯 "이런 글감을 구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마침 SF적인 주제와 연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바로 워드 문서를 켜고 소설의 첫 문장을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첫 번째 시놉시스는 폐기가 된다는 걸 안다. 원래 글이란 처음 나온 건 다 구리니까. 그래도 최선을 다해서 쓰기로 했다. 글은 결국 지우기 위해서 쓰는 것이니.




브런치에는 글을 본격적으로 쓰는 분들은 모두 링 위에 올라가고 싶은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글을 취미에서 현실로 만들어나가시는 분들이 있을까요?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라이킷, 구독, 댓글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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