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내 성격에 짙은 피로감을 느꼈던 적이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걸어왔던 길에서 잠시 멈추고 앞을 바라본다. 저길 어떻게 가야 하나, 계속 가야할까. 후회도 들었다.
내가 쌓아온 나의 이미지에 많은 사람들이 다가왔다. 나와는 정반대의 사람부터, 나와 꼭 맞는 사람들까지 참 많은 인연들이 있었다. 적어도 이 사람들에게 난 모진 사람은 아니겠지. 모난 데 없는 동그라미겠지.
피곤함을 감추지 못하고 지내다 보면 꼭 들려오는 한마디가 있다. 왜 그럴까. 예전과는 조금 달라졌구나. 내가 바라봤을 땐 보이지 않던 모난 구석들이 하나둘씩 드러나나 보다. 이런 모습도 둥글게 보이려면 어떡해야 하나. 이대로 가다간 많은 사람들을 지나쳐도 난 모진 사람이 되어버리지 않을까.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지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꼭 안 변하는 건 아닌가 보구나.
오랜 시간 동안 내 옆을 지켜준 사람들은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내가 힘들 때나 즐거울 때나 함께 그 감정을 나눈 고마운 사람들. 어쩌다 넘어지거든 일으켜주고 뒤처지거든 러닝메이트가 되어준 사람들. 그래서 더욱 걱정시키고 싶지 않은 인연들이다. 되도록 둥근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괜스레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