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수 May 20. 2021

04. 젊은 날의 나와 이별하는 방법

-넌 어디쯤 있니

10 ,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이 유행이었다. 그전에는 여행을 가려면 무조건 여행사를 통해 여행을 가야 했다. 물론 용감하게 혼자 여행을 떠난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비야였다. 사람들은 한비야에 폭발했다. 새로운 여행 개념을 만들었으니까. 2 년대, 경제가 풍족해지고 한국 돈의 가치가 올라가고,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개인이 쉽게 정보를 얻을  있었다.


당시 폭발적이라고  만큼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코스처럼 방학이면 유럽이나 아시아에 배낭여행을 갔고 배낭을 다녀온 후에는 호주나 캐나다, 일본에 워킹홀리데이를 갔다. 나도  코스에 반쯤은 올라탔다고   있는데 내가 처음 배낭여행을  곳은 인도였다. 인도 여행에 강렬한 사진은 사람들을 인도로 끌어들였다. 류시하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읽고 한껏 고무된 사람들도 많았다.


#휴대폰 없이 여행한다는  


그때는 이상하게 두렵지가 않았다. 정확하게는 두려움을 몰랐다. 그렇게 스물한 . 대학교 여름방학  달을 꼬박 인도에서 보냈다. 특별할  없는 여행이라고   있지만 그때와 지금이 조금 다르다면, 우리가 여행할 당시에는 카카오톡이 없었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아마 상상이   수도 있다. 심지어 휴대폰도 없이 여행했으니까.


내가 이런 이야기를 하면, 어떻게 휴대폰 없이 여행할  있어요?라고 묻는다. 그때는 당연히 모두들 아주 두텁고 무거운 가이드북을 들고 다녔다.  어깨에는 배낭을 메고  손에는 무거운 가이드북을 들고   손에는 시계를 차고. 내비게이션이나 지도 앱이 아닌 가이드북에 인쇄된 주소를 보고 현지인에게 물어 물어 찾아갔다. 그렇게 가이드북에 적힌 그곳을 직접 찾아갔을   환희란, 말로 설명할  없는 기쁨이었다.


#언제든지 헤어질  있어


무엇보다 여행 동안의 약속이다. 지금은 카카오톡으로 연락하고 심지어 한국에서 떠나기 전에 그룹채팅방을 만들어서 언제 어디서 만날지도 모두 정하는 걸 봤다. 너무 완벽하고 빈틈없었다. 여행은 모든 우연과 인연의 중첩, 모험과 도전의 시험 아닌가? 


당시에는 와이파이도 안 되고 카톡도 없으니까 모든 게 우연이었고 운명처럼 느껴졌다. 식당에서 만난 여행자들과 가이드북에는 없는 여행 정보를 나누고 또 불쑥 여행지를 바꾸기도 했다. 헤어질 때는 작은 수첩에 이메일 주소를 받았다. 그건 만국 공통의 주소였다.


여행자들의 연락처를 이메일로 받고 여행 도중 피시방에 들러 느린 인터넷으로 겨우 접속해


잘 지내니. 난 바라나시야

넌 어디쯤 있니.


이렇게 메일로 물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제는


가끔 몸서리치게 그때가 그리울 때가 있다. 내 몸집만

한 배낭 가방을 메고 정처 없이 떠돌던, 하염없던 나 자신 말이다. 그냥 나만 생각하던 이기적인 나를 달래던 시간들. 그러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었을까. 제도 안에 속한 사람이 되려고 했을까.


이제 나는 메일을 업무용으로밖에 쓰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 메일 서명에 그럴듯한 인생 문구를 적는 대신에 최대한 반듯하게 회사 주소와 직책에 대해 적어두었다. 누구에게 안부를 묻고 의미 없이 내 하루를 나열하는 나는 없다.


하지만,


(다음에 계속)


매거진의 이전글 03. 내가 감당할 수 없는 그 우울이 좋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