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과 직장 사이, 또 다른 균형을 위해
갈증은 오랫동안 있었지만 하루하루 살아가며 생존하는 일이 더 급해 많은 걸 미루었다. 황정은 말처럼 도대체 언제? 그 언제가 언제로 계속 미루며 말이다
이번 주부터 매주 목요일 합정에 교정 수업을 들으러 간다. 여덟 시간 일하고, 퇴근 후 한 시간 반 동안 지하철을 타고, 두 시간 수업을 듣고, 다시 수업을 들은 만큼 지하철을 타고 자정이 돼서야 집에 도착하는 긴 일정. 어렴풋이 계산하고 있었지만 막상 수업을 들을 생각하니 괜히 신청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하루 종일 아이와 떨어져 있다가 해가 뉘엿뉘였 넘어갈 때 나는 아이와 만나 뜨거운 포옹을 하고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엄마로 저녁밥 차리고 어린이집 알림장 확인하고 준비물 챙기고 소소하지만 결코 놓쳐서는 안 되는 일상의 반복들이 내가 일하는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하는 유일한 시간이며 역할이었다.
고작 목요일 하루 수업으로 일탈을 하는 것 같고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반면 직장에서의 역할도 중요했다. 나는 이제 대리가 되었고 좀 더 독립적이고 주체적으로 일을 할 필요가 있는데 교정에서 늘 걸렸다. 언제쯤 나 혼자 책임편집을 할 수 있을까. 교정 때문에 혼날 때면 나 자신에게 화가 나가도 하고, 또 이 일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졌다.
인생은 여러 가지 역할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혼자가 아닌 이상, 엄마로서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직장에서의 역할도 중요하다. 문제는 균형이지만 그 균형 잡기가 힘들다.
언제까지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균형을 잡기 위해 아등바등 노력한 내 모습도 아이에게 엄마의 모습으로 비치겠지. 균형을 맞춰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또 다른 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운이 좋으면 내가 바라던 이상형이 되어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