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는 부쩍 짧아졌고, 낮 기온도 10도 밑으로 떨어지던 12월에 송도 국제 캠핑장에 오랜만에 왔다. 늘 비슷한 사이트를 예약해 익숙한 곳이다. 하지만 바깥은 계절과 기온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르다. 이번 캠핑의 느낌도 다른 때와는 새로운 부분이 있었다.
이곳에는 보통 금요일에 온다. 딸을 어린이집에서 하원시키기 전, 둘이 먼저와 짐들을 풀고, 쉘터를 설치하고 잠시 앉아 시간을 보낸다. 작년 날이 추워질 때쯤 이곳에서 난로에 꿀호떡을 구워 먹었었는데, 그 기억이 따뜻하고 행복하게 남아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꿀호떡을 사 와 구웠다. 한 봉지에 꽤 많은 양이 들어있는데도, 정신 차리고 보니 얼마 안 남았다.
차 마실 물도 함께 끓였다. 차를 마시며 꿀호떡을 먹고, 이야기를 하다 서로 가지고 온 책을 보기도 하고, 돌아다니며 사진도 찍고 다시 들어와 난로옆에 앉았다. 평일에만 느낄 수 있는 한가한 바이브가 있었다. 마침 해가 질 시간이었어서 빛이 좋았고 그림자도 좋았다.
밤엔 모닥불 옆에 앉아 랜턴 불빛에 책을 보다 불이 약해지면 장작을 넣기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지난번 이곳에서 캠핑할 때보다 기온이 많이 떨어졌다. 모닥불 덕분에 온기는 유지되었지만, 공기가 꽤 차가웠다. 추워지면 쉘터 안에 들어가 난로옆에 앉아있다 다시 나오곤 했다. 밖에는 장작이 타는 소리가 있었고, 쉘터 안에는 난로의 심지가 타는 소리가 있었다. 그 소리들은 어쩔 땐 분명하고 어쩔 땐 희미하다.
이튿날 아침 공기는 차가웠다. 밖에 나오니 딸이 전날 모아놓은 솔방울들이 눈에 띄었다. 전날 밤엔 어두워 보질 못했나 보다. 놀이터에 가는 길, 화장실에 가는 길, 어디든 왔다 갔다 하는 길에 솔방울을 보면 줍더니, 여기에 모아두었나 보다. 이런 작은 것들에 관심을 가지고 소중해하기도 하며 즐거워하는 딸이 사랑스럽다. 부쩍 커가는 모습에 아쉬운 마음도 많지만, 또 전에 없던 새로운 딸의 모습들을 만나는 일들은 새롭기도 하다. 혜원이와 딸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는지 늘 고민이다.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다. 아침에 일어나 커피를 내리는 메커니즘은 각 요소별 원리가 아직 완벽히 이해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즐겁다. 원두를 가는 작업부터 즐거움은 시작된다. 적당량의 원두를 그라인더에 넣고, 갈기시작할 때 시작되는 커피 향은 아침을 행복하게 만든다.
원두가 떨어져, 회사에 나를 픽업하러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원두를 사 오길 혜원이에게 부탁했었다. 혜원이가 원두를 건네줄 때 유난히 커피 향이 풍부하고 좋았었다. 이날아침 원두를 갈기 위해 원두 패키지를 열어보니 그 이유가 보였다. 갈려져 있는 원두였다. 혜원이 덕분에 쉽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었다.
혜원이가 딸을 데리고 오는 동안 정리를 시작했다. 혼자 하루 지내기 위한 짐들인데, 어찌나 많은지. 그나마 요령이 많이 생겨 정리가 전보다 효율적이다. 그래도 볼륨 자체가 커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딸이 언젠가 이 캠핑장에서 자기도 자보고 싶다고 했었는데, 적당한 날이 있으면 둘이서 자고, 혜원이는 쉬는 시간을 갖는 편으로 계획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