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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in No Gain. 보통 어떤 것은 달성하기 위해 그만큼 수고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중국 영화 '취권'에서 성룡은 취권에 고수가 되기 위해 사부로부터 엄청난 고행을 겪는다. 영화에서도 그렇듯 고수나 달인이 되기 위해 고통은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은 인문적 의미일 뿐 과학적 의미에서 No Pain No Gain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고통(통증)은 얻는 게 없으며 고통을 무시하는 행동은 몸을 망치는 지름길이 된다.
무림의 무술 고수가 되거나 명예로운 스포츠 선수가 되기 위해 몸을 혹사시키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흔하다. 그리고 이들은 훈련에서 찾아오는 통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하고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통증을 무시하는 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다. 통증은 신체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지 무시해야 할 또는 버텨야 할 그리고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통증은 방향을 가이드하는 Coach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그 의견을 잘 따라야 한다. 통증이 생겼을 때 무시하지 않고 잘 기울여야 할 이유가 있는데 통각 수용기와 고유 수용기의 역할 때문이다. 통각 수용기는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신경이고 고유 수용기는 몸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감지하는 감각신경이다.
통각 수용기(Nociceptors): 조직의 손상을 나타내는 신호정보를 중추신경으로 보내는 역할
고유 수용기(Proprioceptors): 사지의 위치나 방향, 움직임을 감지하는 중추신경으로 보내는 역할
통각 수용기에 이상이 생기면 통증을 느낄 수 없다. 통증을 느끼지 못해 좋을 것 같지만 병이 생겨도 아프지 않아 치료를 받지 않고 죽게 될 수도 있다. 고유 수용기가 문제가 있다면 중심을 잡는 능력이나 위치 능력이 떨어진다. 신경마비 환자들에게서 고유 수용기가 많이 결여되어 있는 것을 확인 수 있다. 정상적인 생활을 위해 고유수용기능은 필수적이며,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 기능이 더 활성화되어 있다. 때문에 고유 수용기 전원은 항상 ON 상태여야만 한다.
운동 중 근육이 찢어졌다면 통각 수용기가 활성화되는데 이때 통각 수용기는 고유수용기와 싸우게 되고 전투에서 승리한 통각 수용기는 고유수용기보다 더 많은 통각 정보(통증)를 뇌로 보내게 된다.
이러한 손상은 생명에 위독한 상황은 아니지만, 뇌의 관점에서는 죽느냐 사느냐로 판단한다. 쉽게 말해서 "지금 이 순간 찢어진 근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라고 판단한다. 좋은 움직임보다 통증 조절이 우선 시 되면서 절뚝 걸음 같은 비정상적인 움직임을 만들게 된다. 정상적인 움직임이 오히려 손상부위의 문제를 더 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근육운동 시 전달되는 구심성 정보(뇌로 들어가는 감각정보)도 통각 수용기로 인해 무시되기 때문에 통증을 수반된 근육운동은 근력을 증가시키는데 효과적이지도 않다.
사지의 손상으로 통증이 발현되기도 하지만 뇌에 잘못된 움직임 지도도 통증을 발현시키게 한다. 비정상적 움직임이 신체에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인데 손상 후 제대로 된 감각운동훈련(밸런스 운동)을 하지 않았거나, 고유수용기 손상으로 움직임 기능장애가 발생한 경우이다. 좋은 사지 근육을 가지고 있어도 뇌에서 제대로 지시하지 않는다면 몸에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운동전문가들 사이에선 No Pain No Gain! 아닌 No Brain No Gain!라는 말로 바꿔서 사용한다. 뇌를 사용하지 않고는 얻는 게 없다는 뜻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물리적인 신체는 뇌에 절대적으로 순종적이기 때문에 뇌를 배제하고 훈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문적 측면에서 무엇을 얻기 위해 고통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과학적 측면에서 성장을 위한 통증 수반은 사실이 아니다. 현명하게 몸을 사용하려면 신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귀를 닫고 오로지 정신력으로 몸을 사용한다면 결국 통증이 유발될 수 된다.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견디고 하는 훈련이 '열정'인지 아니면 몸을 혹사시키는 '욕심'인지 스스로 자각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