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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요법은 약해진 근력을 증가시켜 안정화하기 위해 사용되며 보편적으로 통증 부위에 직접적으로 처방된다. 특히 근골격계 통증은 근력이 약해 생기기도 하고, 통증으로 근력이 약해지기도 하기 때문에 통증 부위 집중하는 접근법은 긍정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접근법이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다 주진 못한다. 오히려 통증 부위에 집중된 치료가 증상을 더 악화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한다.
우리는 통증이 생기면 통증에 대한 '증상'에 집중한다. 반면 통증이 생긴 원인인 '증후'에 대해선 간과한다. 징후를 파악하지 않고 증상에만 집중한다면 치료할 수 있어도 치유되진 못한다. 즉, 증상은 현상이고 증후는 본질에 가깝다. 현상보다 본질에 집중해야 완전한 치유가 될 수 있다.
몸에는 수많은 관절이 존재하지만 결국엔 서로 연결된 하나의 유기체이다. 유기체는 여러 관절의 상호작용으로 움직임을 만들지만 이러한 상호작용이 통증에 본질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현상을 집중하면 통증 부위에 근육 약화 문제인 것 같지만 본질을 집중하면 원인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일 수 있다. 요통 환자에게 허리 근육 강화법은 좋은 방법 되지만 통증의 근본적인 원인 파악이 먼저 우선시돼야 한다.
허리 관절이 튼튼해도 주변 관절(흉부 or 고관절)이 뻣뻣하면 요통이 생길 수 있다. 우리가 척추 스트레칭을 하거나 골프 같은 회전운동을 할 때 "허리를 많이 돌려야지!"라고 의식한다. 하지만 실제 허리의 회전범위(axial rotation)는 매우 적다. 몸통 회전범위는 대부분은 상위 관절인 흉부(등뼈)에서 일어난다. 따라서 대부분의 가동범위는 흉부에서 발생되고 상대적으로 적은 가동범위가 요부에서 만들어진다.
흉추 12개의 총 회전범위: 30~40도
요추 5개의 총 회전범위: 5~6도 미만
한 편의 시나리오를 통해 이해해 보자. 제한된 활동과 좌식생활을 반복하면서 1) 어깨와 등이 뻣뻣하게 굳어지게 된다. 이로 인해 2) 흉부 회전범위 유연성이 감소하게 된다. 하지만 당사자는 이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3) 전과 동일한 범위로 회전을 계속 시도한다. 이때 4) 흉부의 제한된 가동범위를 요부에서 보충하게 되고 이후 5) 반복된 스트레스를 버티지 못해 허리에 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사건 판결은 다음과 같다.
가해자: 흉부 / 피해자: 요부
결국 근본적인 원인이 흉부에서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범위의 움직임을 발생시키는 등부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허리는 그 역할을 대신하였기 때문에 과부하로 인한 피해(통증)가 발생한 것이다. 인간의 몸은 하나의 조직체계이다. 뇌는 경영진이고 관절들은 실무진이다. 각자가 해야 할 역할이 있는데 그 역할을 상실했다면 다른 부서에서 그 역할까지 병행하게 된다. 이러한 조직 문제는 직원의 과로와 피로를 유발하게 한다.
위에 사례를 운동치료 관점으로 바라보면 통증 발생 부위인 허리에 근력운동 처방도 중요하지만 원인 제공자인 등 부위에 유연성 회복운동이 훨씬 중요하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아무리 허리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도 상위 관절인 등 부위에서 움직임이 제한된다면 허리는 그 스트레스를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근력 증가를 위해 피해 부위인 허리에 근력운동을 처방한다면 스트레스가 배로 증가해 통증이 더 커질 수 있다. 피해자는 안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보호해줘야 한다. 가해자에 대한 문제를 정확히 지적하고 확실하게 해결한 이후에 피해자를 위한 적극적인 케어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