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oongbi Mar 08. 2022

2일차_조급한 마음 다스리기

마음만 다급한 신입사원의 고충


결국 입사는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좋을지 막막했다. 입사하기 전에 어떤 일을 할지는 미리 설문지에 적었지만 막상 일을 시작하고 나니 계획대로 진행되지는 않았다. 처음에 운동을 한다고 했는데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서 당분간은 운동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차선책으로 선택한 것이 하루 1개 글쓰기인데, 동료들의 업무 인증을 보니 이렇게 조금만 일해도 괜찮나 싶었다.


동료들은 운동도 열심히 하고,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기도 하며, 독서실에 가서 공부를 하기도 하고, 뮤비 콘티를 짜기도 했다. 업무를 보면서 우와, 싶다가도 내 업무를 보면 아차, 싶었다. 해야 할 것은 산더미 같은데 뭐부터 해야 되는거지? 학교 다닐 때처럼 시간표가 짜여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은 널널한데 마음만 급했다. 3년 전 회사를 다닐 때에는 제발 좀 자유롭게 일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주어진 자유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보니 답답해졌다.


사진출처 : 픽셀스



취준을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공감할 것이다. 공백의 시간이 가진 막연함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두려움이 얼마나 큰 지 말이다. 그래서 무작정 이것저것 일을 벌이고 보는데 생각보다 수습이 잘 안 되는 상황이 얼마나 속터지는지도. 마음 속으로는 '이거 해야 돼' '저거 좀 해'라고 외치는데 머리에서 자꾸 버퍼링이 걸리고 몸은 프레임이 뚝뚝 끊긴다. 3년 동안 난 대체 뭘 한 걸까? 고군분투 해왔지만 딱 나온 결과물이 없으니 허무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 뭘 하고 싶은 건지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일의 우선순위를 정하기가 난감하다. 전직 마케터였지만 마케팅에 매력을 못 느끼고 다른 일로 전향하고 싶다는 생각은 확실하다. 뭘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서 저질러 놓은 공무원 시험 준비는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신춘문예 원고를 쓰자니 12월 마감이라 시간이 한참 남은 데다가 쓰고 싶은 이야기를 못 정했다. 웹소설 원고는 뒤죽박죽으로 써놔서 정리해야 되는데 설정에 구멍이 많아서 발행은 못하는 중이고, 부업거리는 요즘따라 일이 없어 돈이 안 된다. 통장 잔고는 바닥인데...으악!





조급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


어제 첫 출근 이후로 마음만 앞서나가는 것 같아서 재정비를 했다. 동료들의 업무 성과는 확실히 좋은 자극이 되지만, 아직 조급함을 버리지 못한 나에게는 이른 자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 업무방 알람을 끄고 우선 내가 세운 규칙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규칙은 간단하다.



- 출근은 8시 50분, 업무 인증은 5시 30분, 퇴근은 5시 50분. 시간 엄수

- 주 업무 1개는 글쓰기, 부수 업무 1개는 그날그날 사정에 따라 유연하게

- 출근 전날 TO DO LIST 작성하고 당일 체크하기

- 규칙 어길 시 저금 통장에 1만원 벌금 넣기



규칙을 세우고 지키는 일은 학교 다닐 때 스터디 플래너 쓰는 것만큼이나 어렵지만 확실히 도움이 된다. 스터디 플래너를 써놓고 족족 망치는 나로서 '잘 지킬 수 있을까'하는 의심도 들지만, 일단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학생이 아니고, 그때와 나는 또 다르게 성장했으니 모르는 일이다. 설령 규칙을 못 지키는 순간이 오더라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할 준비가 되어 있다. 다만, 패널티는 있다. 패널티가 있으면 좀 더 열심히 지키려고 애쓸 테니까. 후에 내 마음이 좀 더 단단해지면 그 때 회사톡 알람을 켜고 동료들의 업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싶다. 나태해질 것 같을 때 좋은 자극을 받고 싶다.



TO DO LIST. 업무일지처럼 쓰고 있다. 하루 루틴 체크에 용이하다.





광야에 정해진 방향은 없지만


퇴사를 하고 며칠동안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때 마음이 이상했다. 세상에서 나만 튕겨져 나온 기분. 다들 제 갈길 따라 가는데 나만 지도도 이정표도 없이 광야에 뚝 떨어진 것만 같은 기분. 학교에 다닐 때에는 성적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달렸고, 대학 입학 후에는 취업이라는 이정표를 따라 달렸고, 취업 후에는 성과라는 이정표를 따라 달렸는데,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온 끝이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 한 가운데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하라는대로 성실히 살았는데 길을 잃고 헤맬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느냔 말이다. 아무도 몰랐을 것이다. 그러니 내 잘못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수가 권한 정답이 틀렸다는 뜻도 아니다. 사람에겐 누구나 나아가고 싶은 목적지가 있지만, 가는 방향이나 방식은 제각기 다른 법이니까. 시키는 대로 가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이제와서 깨달은 지금, 스스로 나아갈 방법을 찾자. 이제는 혼자가 아니다. 동료들의 방식에 영감을 얻을 수도 있고, 정 힘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 조언을 구할 수도 있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광야엔 지도도 없고 방향표시판도 없다. 어디로 가야 좋을지는 나도 모른다. 이 길이다, 싶어서 핑을 찍고 달린다 해도 그 길 끝에 뭐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비행기도 없고 차도 없고 킥보드조차 없어서 무작정 걸어야 한다. 괜찮다. 때로는 마음 내키는 대로 걸어가는 방식이 필요할 때가 있으니까.





매거진의 이전글 니트컴퍼니에 첫 출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