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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10. 2022

4일차_P인간의 J생활 도전기

*3일차는 대선 투표 관계로 휴일이었음



INFP의 고충


요즘 MBTI가 핫하다. 내 MBTI로 말할 것 같으면 넷상에서 그렇게 흔하다는 INFP다. '이게 무슨 혈액형 성격유형 같은 소리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거에 꽤 진심(?)이다. 혈액형 성격유형처럼 잘 안맞으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MBTI는 내 성격이나 성향이랑 너무 똑같이 나와서 부정할 수가 없다. 대표적인 성향을 몇 개 이야기하자면, INFP들은 감성적이고 섬세하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행동하며 사람들의 말에 공감을 잘 하고 계획을 잘 세우지 못한다.


물론 이런 말을 하면 다 선입견이라고, 모든 INFP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고 반박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정말 저렇기 때문에. 


내 성향이 싫은 건 아니지만 사회생활을 해보니까 불편한 점이 있다. 자유로운 영혼이지만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보는 두 성향이 늘 충돌하기 때문에 인간관계에서 쉽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게다가 즉흥적이고 딱히 계획 없이 그 때 그 때 상황 따라 행동하는 성향이 있어서 일이 뒤죽박죽이 되기도 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발전에 도움이 되지만 감정에 예민한 편이므로 스트레스가 극대화 될 때가 많다. 그러다보니 극단적인 경우 참다가 우울증에 걸리거나 잠수를 타버리기도 한다.


사진출처 : 픽셀스



사실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힘든 면이 있다는 건 어떻게 고치려고 해도 방법이 없었다. 노력할수록 관계가 부자연스럽게 틀어져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있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했을 때 좀 고쳤으면 좋겠는 면이 바로 '계획성'이다. 스터디플래너 망치기 대회를 한다면 단연 1등을 할 나로서는 정해진 틀과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생활이 어렵다. 하지만 지내보니까 확실히 틀이나 규칙이 없으면 생활이 엉망이 되기 쉬웠다. 그래서 P형 인간의 J생활 도전기를 해보려고 한다.




P형 인간의 J생활 도전


생각나는 게 있으면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나로서는 계획을 세우고 목표에 도달하는 과정에 차질이 많다. 내가 그렇게 행동하는 이유에 대해서 고민을 해봤는데, 즉흥적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재밌다고 느껴서였다. 이 부분을 고치려면 계획적으로 움직이는 게 훨씬 뿌듯하고 이득이 많다는 걸 직접적으로 느껴야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실천하고 있는 방법은 2가지다.


내가 쓰는 일기장


- 일기쓰기

: 나는 매일 저녁, 잠들기 전에 일기를 쓴다. 퇴사 후부터 일기를 쭉 써오기 시작해서 지금까지도 쓰고 있다. 연말이 되면 문구점에 가서 꼭 사는 게 바로 일기장이다. 나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1페이지씩 작성할 공간이 있는 모닝글로리 양지노트를 구매하는데, 일반노트보다 일기쓰기에 엄청 편리하다. 일기를 쓰면 그 날에 내가 뭘 했는지, 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뭘 느꼈고 앞으론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기록한다. 


예전에도 일기를 써오긴 했지만 지금처럼 매일 쓰지는 못했고, 주로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쓰곤 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체계적으로 쓰고 한 달치 일기가 쌓이면 스스로에게 피드백을 준다. 지난 달에는 이렇게 하고 싶었는데 잘 못했고, 생각 못했는데 괜찮은 일도 많았고, 라면서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다. 솔직히 가끔 까먹고 그냥 잘 때도 있는데 다음날 아침에라도 꼭 쓴다. 


일기를 써보니까 확실히 조금이라도 틀에 잡힌 생활을 하게 되었다. 하려고 마음 먹은 일은 그 날 끝내려고 애쓰기도 했고,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이루다보니 지금은 꽤 많은 일을 하면서 알차게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루틴체크앱 '마이루틴'에 기록한 내 하루 루틴



- 루틴앱으로 루틴 만들어서 달성하기

: 올해 들어서 시작한 것은 바로 '루틴 만들기'다.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 브이로거들은 대체로 J형 인간이라 하루의 정해진 루틴이 있었다. 거기서 영감을 받아서 나도 루틴 만들고 지키기에 도전해보았다. 초등학생 때 생활계획표 짜서 지키는 것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는 나지만, 하루동안 꼭 해야 할 일을 정하고 실행하고 스템프를 찍으면서 성취감을 느껴보니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쓰는 루틴앱은 '마이루틴'이라는 앱이다. 일단 루틴 체크에 필요한 기능들이 많고, 주기적으로 '루틴 지켜!'라고 알람이 오고, 앱 자체가 깔끔하고 간결한 느낌이라서 초보 루티너가 쓰기에 좋은 것 같다. 루틴앱을 쓰면서 좋은 점은, 확실히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다는 점이다. 할 일을 정해놓지 않았을 때에는 아침에 눈을 떠도 할 게 없어서 다시 잠들곤 했는데, 루틴앱에 해야 할 일을 정해놓으니 스템프를 찍어야 한다는 사소한 동기지만 움직일 힘이 되었다.


내 일상 루틴은 굉장히 쉬운 것들이지만 놓치면 안 되는 일들로 구성했다. 아침에 물 한잔 마시기, 스트레칭 하기, 10분 정도 명상하면서 잠깨기, 공복에 몸무게 재기, 끼니 챙겨먹기, 책상 치우기, 글쓰기, 샤워하기 등이다. 처음에는 루틴이 많지 않았는데 하다보니 할만해서 점점 늘려나간 게 저만큼이다. 가끔 놓치는 루틴도 있지만, 못했다는 것에 우울해하지 않고 꾸준히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하고 있다는 것에서 자신감을 많이 찾았다.





내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


나는 노력이라는 말에 조금 회의감을 느낀다. 노력한다고 뜻대로 다 이루어지는 인생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죽어라 노력했지만 결과가 엉망인 경우도 수두룩하고, 별 노력도 안 했는데 갑자기 행운처럼 일이 잘 풀리는 경우도 그 못지 않게 많다. 그런 걸 보면 역시 인생은 운인가 싶다가도, 결국 준비되어 있지 않은 사람에게 찾아가는 운은 오래가지 못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삶을 바꾸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노력에 대한 생각은 회의적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을 바꾸기 위해선 뭐든지 할 수 있는 걸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열심히 하는 것과 별개인 '노오력' 말고, 정성을 들인 만큼 변화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노력' 말이다. 솔직히 말해서 매일 일기를 쓴다고 해서, 루틴을 정하고 매일 지킨다고 해서 당장 취직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큰 돈을 벌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고 불면증 때문에 수면유도제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 멘탈이 수시로 무너지기도 했다. 뭔가를 해야지, 마음 먹었다가도 제대로 한 것 없이 하루가 훌쩍 가버리기도 했다. 아주 사소한 일일지라도 일기를 쓰든 루틴을 만들어 지키든 해야겠다고 마음 먹고 실천하면서 나는 확실히 변했다. 내 마음이 왜 불안한지 매일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다독이거나 엄하게 꾸짖기도 했고,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들이면서 전보단 훨씬 나아졌다. 나아진 상태로 다른 일에도 도전하는 힘이 생겼다. 



최소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나가면 하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낫다. J형 인간 도전기를 시작했지만 완벽하게 지키지 못할 때도 많고 때로 좌절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 삶은 완전히 바뀌어 있을 거라고 믿는다. 기회가 찾아 왔을 때 붙잡을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파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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