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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16. 2022

8일차_평생 쓰는 명함 만들기

직급을 내가 정할 수 있다구요?


얼마 전 단톡방에 공지가 떴다. 사원들의 명함신청을 받는다는 내용이었다. 거꾸로면접 때 간단하게 설명을 들은 적이 있다. 니트컴퍼니는 사원들의 명함을 제작할 때 자신의 직급을 자기가 정할 수 있다고 했다. 즉,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나의 직급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것이다. 니트컴퍼니 임원진(?)의 설명에 따르면, 언젠가 다시 니트 상태가 되었을 때에도 사용할 수 있는 명함이라고 했다. 평생 쓸 수 있는 명함이라, 흥미로운걸?


지금까지 명함을 발급받을 때 내 직급은 항상 'OO부 사원'정도가 전부였다. 그나마 사원 직급이다보니 명함을 내밀 일도 별로 없어서 명함통엔 명함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그마저도 퇴사를 하고 나면 쓸모 없는 종이조각이 되곤 했으니까 처치곤란이다. 그런데 이번 명함은 자발적으로 나의 직급을 정의할 수 있고, 언제든지 내밀 수 있는 평생 동반자라니! 마음이 설렜다.


사진출처 : 픽셀스




나를 정의할 수 있는 기회


아주 작은 물건에서부터 나를 정의하는 일이 시작된다. 그 깨달음은 20대 중반에 얻었다. 취업을 하고, 첫 월급을 받고 내가 쓰던 물건들을 조금씩 바꿨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기초화장품이다. 항상 잔고 없는 통장에 매달려 허덕이던 20대 초반에는 제일 저렴한 것으로 아무거나 썼다. 피부가 종종 뒤집어졌고, 항상 건조했다. 월급을 받고 큰 마음을 먹고 좀 비싼 기초화장품을 구매했다. 확실히 피부결과 상태가 개선되는 걸 느꼈다. 그 다음은 폼클렌징을 바꿨다. 문구점에서 샀던 지갑을 좋아하는 브랜드의 지갑으로 바꿨다. 항상 중고 휴대폰을 쓰다가 처음으로 갖고 싶었던 새 휴대폰을 주문했다.


내 곁의 물건이 바뀌는 동안 나에 대한 정의도 조금씩 달라졌다. 제일 싼 것, 가성비 좋은 것만 찾았던 나의 생활은 어째서인지 쉽게 낡고 질려 만족도가 떨어졌다. 특히, 물건에 대한 애착을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구매할 수 있으니까 구매했던 물건이라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직접 돈을 벌고, 그 돈으로 신중하게 구매하는 물건들은 의미부터가 달랐다. 단순히 좋은 물건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힘들게 번 돈이니 그만큼 더 심사숙고해서 소비했으므로 그 시간들까지 다 포함된 물건이었다. 좀 더 내게 좋은 것,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곁에 있는 아주 작은 것들도 애착이 생겼다. 오히려 쓸데없는 물건을 사느라 소비하는 돈이 줄었다. 한 번 사면 오래 썼다.


사진출처 : 픽셀스



가성비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지, 곁에 오래 두고 함께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묻는다면 나는 후자에 가깝다. 가성비가 나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더 귀한 사람이 되고 싶다. 귀하다는 게 꼭 비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귀한 것은 애착이 있고 시간과 마음이이라는 의미가 부여된 것에 가깝다. 의미부여된 물건이 가진 힘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은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기에, 이번 명함을 만들 때에 내가 고민하는 시간들마저 소중한 느낌이 든다. 그 어떤 회사에서 만들어주는 명함보다 내게 귀한 명함일 것이다. 





자율근무기획자


직급을 뭘로 할지 꽤 심사숙고했다. 노트에 브레인스토밍 하듯이 끄적거리면서 뭐가 좋을지 추려보았다. 내 전공을 살려 '작가'라는 호칭을 넣을지 말 지도 꽤 고민했는데, 평생 작가라는 직업으로만 살아갈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정적 의미를 가진 이름은 최대한 배제했다. 보다 자유로우나 전문성 있는 이름이 뭐가 있을까? '프리랜서'라는 호칭은 흔한 것 같아 의미만 살려서 '자율근무자'라는 말을 만들었다. 자율근무를 기획하는 기획자는 어떨까? 뼈대는 만들었으니 어떤 게 가장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울지 최종적으로 고민했다.




명함이 나오게 된다면 브런치에도 소개하도록 하겠다. 기다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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