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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oongbi Mar 17. 2022

9일차_주관을 가진다는 것

하루아침에 생기는 건 아니다


어른이 되면 주관이 자연스럽게 생긴다고 믿었다. 누구나 자기 의견은 있으니까. 그리고 어른들 역시 그렇게 가르쳤다. '대학만능치유설'에 기대어 주변 어른들은 늘 말씀하셨다. 대학 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속뜻은 '지금은 쓸데없는 고집 부리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해라'는 뜻이었겠지만, 당시에는 어른이 되면 비로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거구나, 라고 생각했다.


막상 대학 진학을 하고 어설프게 어른이 되면서 그 생각이 얼마나 얄팍한 것이었는지 깨달았다. 자유를 얻었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추구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다. '일'은 넘쳐났지만 뭘 해야 좋을지 몰랐다. 당장 급한 불부터 껐다. 해야 하는 것들 위주로 차곡차곡 해나갔다. 할 일을 끝마치고 나면 '내 것'이 보일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사진출처 : 픽셀스


문제는 해야 할 일에 끝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했다. 갈무리가 됐나? 싶으면 주변에서 이것도 하라 그러고 저것도 하라 그랬다. 정신을 차려보니 시키는대로 하며 학교 집 학교 집만 하던 시절의 느낌이 들었다. 공부가 일이 되었을 뿐, 달라진 게 없는 기분. 이대로 가다가는 평생 숙제만 해치우다가 죽을 것 같았다. 달라져야 했다.


달라지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주관이었다. 그러나 주관은 하루아침에 노력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것인가? 남들 하는 대로, 남들 하는 만큼 하고 살 것인가? 그것이 정말 나에게 자연스럽고 만족감을 주는가? 잘은 모르겠지만, 그건 아닐 것이다.




주관을 가지지 못하면 벌어지는 일


내가 생각과 관점을 뚜렷하게 가져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있다. 예전에 1년 정도 사귀었던 사람이 있었다. 주관이 굉장히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니까 그러려니 했다. 나는 생각이나 의견을 관철시키는 편은 아니었기에 대체로 그 사람에게 맞춰주려고 했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가면 갈수록 싸움이 잦아졌다. 연인끼리 싸울 수도 있는 일이지만 양보나 배려 없이 자기 의견만 관철하려는 상대방의 태도에 스트레스가 극심해졌다. 


답답한 것은 언쟁이 있을 때마다 속 시원하게 내 생각을 말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내 입장이 뭔지, 내 의견이 뭔지 정확하지 않아서 늘 어버버 했다. 그래서 계속 그 사람의 논리와 입장에 휘말렸고, 마음 속에 앙금이 쌓였다. 시간이 지나자 상대방은 자기가 잘못한 일도 마치 내 잘못인 것처럼 몰아세울 때도 있었고, 내가 반박하려고 하면 화제를 돌려버리고 논점을 자기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끌고갔다. 틈만 나면 싸움을 거는 상대방의 태도에 화를 도저히 참을 수 없었을 때 헤어졌다. 


사진출처 : 픽셀스


생각해보면 그 사람도 주관이 너무 약한 내가 답답해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는 식이면 속터질 만도 하겠다. 그래서 자꾸 논쟁하려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 쪽의 의견에 맞추는 편이 편하고 좋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독이 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마음을 고쳐먹었다. 하루아침에 자기 주장 확실한 사람이 되지는 못하더라도, 누가 뭐래도 양보하지 않는 선을 만들자고.


남이 뭐라고 하든 마음이 흔들리지 않으려면 자기 생각이 있어야 하고, 그 생각이 견고해야 한다. 주관이 뚜렷하면 어떤 상황에 쉽게 말려들지 않을 수 있다. 멘탈이 강한 사람들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면서 주관이 뚜렷한 게 얼마나 중요한 지 알게 되었다. 내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나의 생각, 나의 관점은 뭐가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분야마다 주관을 다 설명할 수 없으므로, 굵직한 기조만 몇 가지 추려서 적는다.


남에게 말로 상처주지 말자. 겪어보기 전까지는 함부로 평가하지 말자. 잘못이 있으면 제대로 사과하자. 진심 없는 사과는 받아주지 말자. 사람을 사귈 땐 늘 자연스럽게. 아닌 건 아니라고 표현하자. 무례한 사람에게 웃어주지 말자. 도움은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만큼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만큼만 주자. 사람의 마음은 쉽게 얻을 수 없으므로 너무 기대하지 말고 너무 좌절하지 말자. 내 곁에 머무는 마음은 항상 소중하게 여기자. 





단단한 생각으로 지켜야 하는 것은


주관으로 다져진 단단한 생각들은 나를 지키는 형태가 된다. 어딜 가든 물처럼 모양을 맞추려는 사람은 때에 따라 좋을 수도 있겠지만 결국 내 고유의 모양을 희생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 나는 정말 물처럼 느슨한가? 정말로 물처럼 정해진 모양이 없는 사람인가? 외부의 모양새에 맞추면서 단 한 번도 상처받지 않았는가? 불편하지는 않았는가?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사진출처 : 픽셀스


항상 아닌 척 웃어왔을 뿐, 내가 받은 상처와 느끼는 불편함을 외면해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는 나를 지킬 수 없을 것 같다. 더이상 내가 쉽게 상처받지 않도록, 외부의 힘에 이리저리 휘둘리지 않도록, 내 모양을 갖추고 더 단단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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