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에 둥둥 떠 다니는 오리들을 보면 그렇게 평온할 수가 없다. 잔잔한 호수에 오리가 남기고 간 멋진 V라인은 넋 놓고 장면에 빠져들게 한다. 그 호숫가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하는 상상만 하면 생각만으로도 힐링이 이 된다. 개인적으로는 그런 호숫가를 한 바퀴 달리는 것, 그 호숫가를 바라보며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한 잔 하는 시간에서 영감과 에너지를 얻는다.
호숫가 오리가 남긴 V라인의 평온함은 그냥 있으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은 물속에서 오리발들의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오리도 보는 사람도 평화로울 수 있다. 굠곰히 생각해 보면 학교에서도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바쁘게 땀을 흘리는 오리발님들이 많이 계신다.
담임 오리발님들의 애쓰심은 말로 모든 것은 설명하기 어려워 아이들의 지도에 가장 큰 역할을 하시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교무실의 오리발님들은 보이지 않는 민원응대의 장인들. 내외부를 가리지 않는 요청의 목소리를 차분히 처리하되 흔들리지 않는 멘털은 기본
행정실의 오리발님들은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 숫자를 헤아리며 생활에 쓰지도 않는 의미 없는 일의 자리, 십의자리 숫자들에 의미를 담아, 열심히 움직인 오리발들의 노고를 수치화하는 장인들
급식실의 오리발님들은 수백 명의 각각 다른(심지어 나이대도 천차만별) 입맛의 적정선을 찾는 평균의 장인들
관리실의 오리발님들은 여기저기 깨지고 부서진 곳은 물론, 학교 수목들의 이발,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리모델링을 방학 동안 밤낮없이 달려 기한을 맞추는 사수의 장인들
보안관실의 오리발님들은 우리 학교를 지키는 최전방을 지키는 장인들
담임이 아닌 교과 및 강사 오리발님들은 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그야말로 장인들
교실과 학교 여러 곳에 광을 내주시는 여사님 오리발님들은 정리의 장인들
그리고, 선장인 줄 알았던 교장, 교감 선생님
옆에서 지켜보니 발에 오리발을 끼고 계시네. 손으로는 결재 클릭, 입으로는 단내 나는 회의와 협의, 가끔 상대하지만 그만큼 어려운 최상위급 민원응대 문제들, 그리고 찾아오는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 하지만 외로움을 느낄 겨를이 없게도 누구도 모를 발에 낀 오리발로 물을 쉼없이 차는 스텔스 장인
학교라는 오리배에 있는 우리 모두는 어린이들을 등에 태우고 안전하게 배움과 행복이라는 목적지를 따라 쉼 없이 움직이는 오리발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