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구워주며 배워요

by 오징어별

5, 6학년 자녀가 있으신 부모님께서는 혹시, 자녀가 다른 사람을 위해 고기를 구워주도록 해주신 적이 있으신가요?


요즘 아이들은 거의 대다수가 풀케어를 받으며 자라고 있다. 출생률이 떨어져 주변에 아이 웃음소리만 들려도 눈길이 가는 때라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어서도 조부모님, 부모님 등 스스로 할 기회를 얻지 못할 정도로 보살핌을 받는다. 그런 친구들이기에 뜨거운 프라이팬에 기름이 튈 수 있는 삼겹살을 굽는 것은 최고난도의 일이다. 하긴, 삼겹살을 굽는 것은 생각보다 전문 스킬이 필요한 것도 같다. 나도 가끔 주변에 집게를 빼앗기는 것을 보면...


학교에서는 더욱 삼겹살을 구워볼 기회를 갖기는 힘들다. 코로나 이후로 실과 시간에 음식을 만드는 것이 축소되었고, 삼겹살의 특성상 어떤 교실에서 구울 경우 그 교실뿐만 아니라 주변 교실은 수업 주제와 관련 없이 많은 친구들이 삼겹살을 머릿속에 떠올리게 된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 수업 중 삼겹살은 거의 굽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정규 수업뿐만 아니라 방과 후 수업이나 청소년 단체 등 여러 프로그램들을 선택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그중에는 스카우트라는 청소년 단체가 있다. 우리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은 컵스카우트로 스카우트의 초등 버전이라고 보면 된다. 스카우트 활동은 영국 육군 장교가 소년들과 함께 야영을 하면서 시작되었는데 청소년들이 야외 생활 기술을 익히고, 도덕적 기준에 맞게 공동체에 기여하는 조직으로 성장한다. 우리나라 옛적 화랑도처럼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공동체 생활을 하며, 리더십을 키우는데 목적으로 두고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코로나 이후로 단체 활동 등이 많이 축소되어 여러 학교에서도 청소년 단체가 사라졌고, 안전을 강조하고 사고 위험에 대한 부담으로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운영이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학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카우트의 교육적인 효과와 다양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목적을 살려 많은 선생님들의 노고를 에너지 삼아 운영하고 있다.


스카우트 활동에서 강조하는 것이 야영인데, 학교 또는 야영장에서 '보'(모둠 개념) 별로 식사도 해 먹고, 정리도 함께 한다. 선배 스카우트 대원은 후배 대원을 위해 삼겹살을 구워주고, 부모님이 자신에게 해주듯이 어린 동생들을 챙겨준다. 동생들이 없는 친구들도 많지만 이런 경험을 하면서 여러 동생들이 있는 듯 친절하고, 배려심 있게 후배 대원들을 돌본다.


얼마나 아름다운 장면인가. 집에서는 손가락 까딱하지 않는 친구들도 이렇게 기회를 만들어주니 어른스럽게 행동하는 모습이.


우리 주변 어른들의 못한 다는 생각이

내가 해볼 기회조차 주지 않는 환경이

우리 친구들의 성장과 자연스러운 자람을 방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당연히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실수할 수 있음을 이해하고, 그들에게 용기 있게 도전할 기회를 주는 것이 자연스럽고 올바른 성장을 돕는 방법이 될 수 있다.


걱정 한 스푼 덜어내고,

고기 굽는 방법과 같이 스스로 해봄직한 일을 경험하고, 도전해 보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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