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방송사고

by 오징어별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를 꼽으라면 입학식과 졸업식이 아닐까? 새로운 시작과 마무리를 함께 하기 위해 부모님과 친척분들 모두가 함께 참여하여 많은 분들이 학교를 방문한다. 이런 학교의 주요 행사들은 보통 해당하는 학년과 교무부장이 함께 콜라보로 준비한다. 행사 전 1~2달 전 졸업식과 관련된 세부 내용이 들어간 계획서를 만드는데 계획서에는 거의 모든 내용이 들어간다. 예산이며, 타임테이블, 개개인이 해야 할 업무 등 계획서만 잘 만들어져도 보통은 행사를 잘 치를 수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야 하기 때문에 너무 긴장하거나 떨어서도 안되는데, 학교 급식실에서 먹은 점심 끼니 횟수가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다행스럽게도 많은 사람 앞에서도 마음은 편해져 갔다. 교직을 처음 시작할 때는 3월 부모님을 모시고 하는 공개수업만 해도 그렇게 부담스러웠는데 '학교밥'에는 마음을 진정시키는 뭔가가 들어 있는 건 아닐까.


계획한 졸업식은 하나하나 순조롭게 준비가 되어 갔다. 졸업생들을 축하하는 문구가 적힌 포토존들, 예쁜 풍선 장식들, 졸업식 때 입을 졸업가운과 학사모가 학교로 도착하였다. 우리 학교는 영상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시는 선생님이 계신다. 영상 선생님의 손에서 그 모든 영상들이 예쁘게 만들어져 갔다. 졸업생의 1학년 때부터 지금까지의 모습이 담긴 영상, 그동안 가르쳐 주신 담임 선생님의 축하 메시지도 준비가 되었다.


졸업식 전날에는 마지막으로 행사장 기계 장비를 점검하고, 예상 참여 인원에 맞게 의자도 배치한다. 모든 준비는 순조로웠다. 많은 분들이 정성스럽게 차려준 졸업식이라는 식사! 마이크를 수저 삼아, 한 숟가락에 축하의 말을 올리고, 한 젓가락에는 다소 간의 아쉬움을 집어서 우리 졸업생들과 손님들에게 잘 드리는 일만 남았다. 그리고, 이런 순간을 위해 진정에 특효인 '학교밥'을 오랜 기간 많이 먹었으므로 걱정할 것이 없었다.


행사 당일 무대 점검, 영상들을 점검하고, 마이크 등 점검을 마지막으로 "지금부터 제60회 졸업식을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말과 함께 졸업식 행사를 시작하였다. 그때는 몰랐다. 이 졸업식이 우리 모두에게 평생 기억에 남는 졸업식이 될 것이라는 것을...


이 졸업식이 특별한 졸업식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학교의 행사 때에는 국민의례를 하고, 애국가를 부른다. 그런데 예행연습 때에는 잘만 나오던 애국가가 갑자기 나오지 않았다. '어! 뭐지?' 마음속에서 파도가 살짝 일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2차 시도! 또 나오지 않았다. 5~10초 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시간 동안 무대 뒤 방송팀과 불안으로 가득 찬 사인을 교환하고, 교장선생님과도 난처함이 가득 찬 사인을 교환하며, 결국 무반주로 부르기로 했다.


무대 앞 지휘를 해주시는 선생님 손끝에 맞춰 애국가를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애국가는 항상 그렇지만 제 속도보다 점점 빨라져 결국은 규정속도를 한참 위반하게 된다. 속도가 제어하지 못할 정도가 되기 전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어야 한다. 결국 내가 마이크에 대고 애국가를 함께 불렀다.


"~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노래방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소화할 수 있는 음역도 높지 않았기에 마음속 작았던 파도는 더욱 거칠어져 방파제를 넘을 듯한 파도로 바뀌어 있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그 노래가 애국가라는 점이다. 음이탈은 없었으며, 약 500명 앞에서 무반주로 함께 부르는 우리의 모습이 흡사 스포츠 경기 전 유명인이 부르는 애국가의 모습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날 결국은...


추억 및 축하 영상을 틀 때에도 문제가 생겨서 행사를 잠시 멈추고, 기기들을 모두 다시 껐다가 켠 후 행사를 이어갈 수 있었다. 일을 하고 있을 때 컴퓨터를 다시 켜는 것도 그렇게 오래 걸리는데 500명과 함께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죽죽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을 느끼며, 얼굴의 근육을 붙잡아 표정 관리를 하며, 마음속 얼마 남지 않는 여유를 모아 모아 한 마디 던진다.


"우리 졸업생들을 이렇게도 보내기 아쉬운가 봅니다."


행사는 실패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잊지 못할 졸업식인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끝난 후 선생님들과 함께 복기를 하며 문제의 원인을 찾고, 개선해야 할 부분들을 찾았다. 이런 사건은 한 번으로 충분하다. 학교는 우리에게는 업무의 공간일지 모르지만, 학생들 한 명 한 명에게는 소중한 추억의 중요한 공간이며, 인생을 살아가는 에너지의 원천이 될 수 있는 순간이지만 영원의 장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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