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민재 Mar 06. 2020

열정

새벽의 일기

모든 시네필이 영화 평론가 혹은 감독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모든 영화 평론가나 감독이 시네필일 필요도 없다. 시네필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을 뜻하기 때문에 열정만 있다면 누구든지   있다. 그러나 영화 평론가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지식과 능력이 있어야 한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서는 역시 창작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물론 둘은 상호보완이 가능하다. 시네필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영화에 대한 지식이  많을 것이고 열정도 많기 때문에 영화 쪽으로 직업을 구하기가 더욱 쉬운 것이 사실일 것이다. 평론가 쪽으로 한정한다면 과연 평론가들 중에 시네필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러나 평론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글을 쓰는 작업도 재능이 필요하다. 아무리 영화를 좋아하고 지식이 많아도 그것을 글로서, 혹은 말로서 표현하는 능력이 없다면  사람은 평론가가  수는 없다. 반대로 영화에  관심이 없어도 평론에 능력이 있을  있다. 시네필이 열정의 문제라면 평론가는 능력의 문제이다.


만약 내가 시네필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분명 나는 영화를 사랑한다. 그러나 그것이 평론의 질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글을  때마다 느끼는 한계이다. 열정이 능력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은  괴로운 일이다. 세상에는 나보다 영화를 훨씬  사랑하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을 것이고 취미로든, 직업적으로든 평론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들  대다수는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열정을 죽일 생각은 전혀 없다. 애초에 내가 죽이고 싶다고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때가 되면 원하지 않아도 없어질 것이다. 하지만  열정이 있는  계속 영화를 사랑하고 글을  것이다. 지금은 초라해 보일지라도, 이렇게 열정적으로 살다 보면 나도 모르던 능력이 생길 수도 있으니.  열정에 보답받는 날이 올지도 모르니.

작가의 이전글 밸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